[기고] '부산에서 유라시아까지'…길은 평화다

김현국 / 탐험가

김현국 탐험가(유라시아 대륙횡단 도로 기록자)

새로운 대통령에 바란다.

나는 지난 30년간 한반도에서 대륙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기록해왔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좁은 반도에 갇힌 대한민국의 일상을 1만4,000㎞로 확장하기 위한 실천적 작업이었다.

그 중심엔 부산에서 시작해 시베리아를 지나 아일랜드 코크에 이르는 유라시아 대륙횡단 도로가 있다. 이 길은 유엔 ESCAP(아시아 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가 주관하는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 유엔 ECE(유럽 경제위원회)의 유럽 E30번 도로, 그리고 러시아 연방 도로로 구성돼 있다. 이미 전 구간이 아스팔트로 포장됐고, 오늘 당장이라도 누구든지 자동차를 타고 횡단할 수 있는 인프라다.

나는 이 도로 위에서 여섯 차례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렀고, 단지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사는 길'로서 이 길을 기록해왔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가장 물리적이며 실질적인 자료화 작업이다.

2026년 나는 일곱 번째 유라시아 대륙횡단을 시작한다. 주제는 '길은 평화다! 뉴욕에서 파리 그리고 한반도 DMZ. 북동항로'다. 이 여정은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태평양을 건너고, 시베리아를 횡단해 유럽에 도달한 뒤, 북극해 항로를 따라 다시 러시아로 돌아와,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북한 라선과 원산을 통과한 후에 한반도 DMZ를 넘어 서울에 이르고자 하는 여정이다.

여정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분단된 남과 북의 길을 다시 연결하자. 길은 곧 평화다."

지금 세계는 격동의 흐름 속에 있다. 디지털 기술이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한편,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정학적 축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중국·러시아가 서로 충돌하고 협상하는 이 국면에서, 대한민국은 어느 한 편의 수동적 입장이 아니라 능동적 선택과 전략적 도전에 나서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북극해 항로의 활용 가능성,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 그리고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까지 모두가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의 징후들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선택해야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400㎞만을 일상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시베리아와 유럽, 북극해를 넘어 서울에서 로테르담까지 1만4,000㎞를 우리의 일상으로 삼을 것인가.

현재 부산에서 출발해 시베리아를 지나 로테르담까지 육로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대륙횡단 도로와 북극해 항로(북동항로)는 기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2만1,000㎞ 해상 루트보다 7,000㎞ 짧다.

이 말은 곧 시간과 비용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의미한다. 부산과 울산은 이 축을 따라 세계 물류의 중심 항구로 재편될 수 있다. 더불어, 육로는 단지 물류만을 위한 통로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일상의 확장이다.

한국의 청년이 차를 몰고 시베리아를 건너 발트해에서 윈드서핑을 타고, 가족이 함께 바이칼호수에서 낚시하고, 자신의 차량으로 북극권을 여행하며 오로라를 보고 오는 시대. 그것은 먼 꿈이 아니다. 이미 가능한 현실이고, 인프라도 준비돼 있다.

나는 이재명 대통령께 간절히 요청한다. 이제는 선언보다 실행, 회담보다 연결, 이상보다 길이 앞서야 한다. 분단된 한반도의 길을 잇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이 유라시아 시대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이며 구체적인 실천이다.

나는 외교나 안보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30년 넘게 유라시아 대륙으로 연결되는 '길'을 개척하고, 기록하고, 달려온 탐험가로서 말할 수 있다. 길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잇고, 민족을 연결하며, 평화를 실현하는 가장 물리적인 약속이다.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할 시간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한반도의 길을 대륙과 다시 잇는 위대한 도전에 함께 나서주시길 바란다.

"길은 평화다." 그것은 우리가 향해 가야 할 미래다.

호남팀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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