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약속 쏙 뺀' 군함도 VR 제작…서경덕 '강제노역 또 외면'

12일 서경덕 SNS "조선인 강제노역 또 외면"
"지난 10년 동안 일본에 속아 왔다면 이제는
대일 외교 전략 바꿔야…지속적인 관심 필요"

일제 강점기 수많은 조선인이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했던 '군함도'(정식 명칭 하시마) 탄광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강제노역'을 알리는 문구는 섬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 일본 나가사키시가 군함도의 1970년대 활기찬 모습을 가상현실(VR) 영상으로 제작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을 또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유람선에서 군함도를 바라보는 관광객들.서경덕 교수 SNS

앞서 일본 정부는 2015년 메이지 유신 이후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세계유산으로 군함도 탄광, 다카시마 탄광, 미이케 탄광 등을 등재할 때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를 9년째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나가사키시는 "1970년대 당시의 활기를 느끼면서 유산의 가치를 인식할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VR 영상을 공개했는데 '강제노역'을 알리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서 교수는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관광객들은 군함도 내 일정 장소에서 무료 애플리케이션 '스트리트 뮤지엄'을 다운받으면 영상을 볼 수 있다"며 "군함도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앱을 가동할 경우 영상은 볼 수 없지만 당시 모습을 구현한 애니메이션은 볼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 교수는 "오락 시설까지 갖추는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걸 섬에서 조달할 수 있었다고 했다"며 "그러나 조선인 강제노역에 관한 역사적 사실은 또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함도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일본은 나가사키에 '군함도 디지털 뮤지엄',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 등을 만들어 왔다"며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지난 10년 동안 일본에 속아 왔다면 이젠 대일 외교 전략을 바꿔야만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강제 동원 역사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1월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관련 후속 조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은 산업유산정보센터에 한국인 강제 동원 피해자 증언 전시, 강제 노역 전체 역사 설명 등 등재 당시 했던 약속을 대부분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9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이 유산 등재 당시 약속한 후속 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보고하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슈&트렌드팀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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