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들 기부금 싸들고 '트럼프 구애'…구글도 동참

애플·오픈AI 등 이어 100만달러 기부
기부금 내고 역차별·규제 폐지 기대
1기 때 '앙숙' 메타·아마존도 트럼프에 구애

구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의 열띤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트럼프 1기 당시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빅테크들은 2기에서는 역차별 해소와 규제 완화 기대 속에 백악관과의 관계에 사활을 걸면서 빠르게 '줄대기'에 나서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9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구글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구글은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홈페이지 링크 제공을 통해 2025년 취임식을 지원하게 돼 기쁘다"며 "구글은 취임 위원회에도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빅테크 업계의 기부 행렬은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특히 눈에 띈다. 앞서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아마존, 오픈AI와 애플도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100만달러씩을 기부하기로 했다. 트럼프 1기에 비협조적인 조치로 각종 압박에 시달렸던 빅테크들이 2기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친(親)트럼프'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퍼스트 버디(1호 친구)'로 불리며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소외된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역차별을 우려해 조바심을 낸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기부 결정을 내린 구글의 경우 현재 두 건의 대규모 반독점 소송에 휘말려 있다. 구글이 이미 패소한 검색 시장 독점 소송에 이어 현재 광고 시장 독점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특히 검색 시장 독점 문제는 법원 판결에 따라 구글이 웹브라우저인 크롬을 강제 매각해야 할 수도 있어 미 역사상 40년 만에 기업분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도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집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서 "빅테크는 가장 혁신적인 부문에서 경쟁을 억압하고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수많은 미국인, '리틀 테크'의 권리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빅테크 거물 가운데 가장 극적으로 태세를 전환한 인물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눈엣가시'처럼 여겨 온 페이스북의 '팩트 체크' 기능을 폐지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가짜 뉴스를 걸러낸다는 취지로 거짓으로 판단되는 글의 노출을 제한한 기능인데, 보수 진영의 의견을 과도하게 억누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저커버그 CEO의 결단에 "훌륭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친민주당 성향인 저커버그 CEO는 2020년 대선 결과 불복으로 인한 트럼프 당선인 지지자들의 1·6 의회 난입 사태 후 트럼프 당선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2년간 중지하며 그간 앙숙 관계를 이어왔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트럼프 당선인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5일 트럼프 당선인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베이조스 창업자는 트럼프 1기 때 자신이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냈다가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세금을 덜 낸다는 역공을 받았다. 최근에는 WP가 베이조스 창업자의 태세 전환을 꼬집는 만평 게재를 거부하면서 만화가가 퇴사하기도 했다.

국제부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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