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이기민기자
공병선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국회가 2시간 반 만에 해제를 결의했다. 국회 본청까지 계엄군이 진입해 헌정 질서 위기가 초래되는 등 위기 상황으로 치달음에 따라 정국은 거대한 폭풍 속에 휘말리게 됐다.
4일 국회는 새벽 1시 본회의를 열어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는 헌법 77조5항에 따라 계엄 해제 결의안을 의결했다. 결의안에는 190명의 의원이 동참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밤 10시30분에 브리핑을 열고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이 국회로 들어가려는 국회의원을 막아서고, 계엄군이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등 위기 상황이 이어졌다.
계엄 해제 결의안 채택 이후 계엄군이 국회를 떠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으면서 정국은 살얼음판을 이어가고 있다.
일단 정치권은 헌정질서의 위기가 온 이상 폭풍에 휘말리게 됐다. 윤 대통령의 승부수가, 야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에 저지됨에 따라 정국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이미 이번 계엄령과 관련해 '내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계엄이라도 행정부나 법원이 아니라 국회 활동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계엄사령관이나 경찰이 국회 활동을 금지시키는 것은 내란죄에 해당하고, 지금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는 자들은 모두 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을 맡은 박균택 의원도 "실질적 내란"이라며 "반드시 탄핵소추를 해야 할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애초에 비상계엄 자체가 불법이고, 군사 반란이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와 같은 행동"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절차도 안 지켰고, 비상계엄 요건에도 맞지 않는다"며 "비상계엄 발령을 건의했다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 역시 군사 반란을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발표한 자체만으로 수사·처벌받아야 한다"며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모든 요건을 갖췄다"고 했다.
야권은 아직 계엄령이라는 상황에서 말을 아끼고 있지만, 계엄령을 해제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선은 실질적으로 계엄이 대통령에 의해 무효로 선언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걱정되는 것은 무효가 됐음에도 선언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며 "그렇게 되면 정말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재차 "엄중히 경고한다"며 "비상계엄은 국회에 의해 해제됐다"고 했다.
이번 계엄 해제 결의안은 만장일치로 가결됐는데, 야당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들도 동참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모두 18명의 의원이 표결에 참여해, 계엄 해제를 요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측으로 알려진 친한계 의원들이 주축을 이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던 의원들과 대조를 이뤘다.
특히 한 대표는 사태 초기부터 계엄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다. 사실상 여당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거부선언에 나선 것이다.
이런 변화는 향후 김건희특검법은 물론, 윤 대통령에 대한 책임 추궁 과정에서 정치적 변화를 시사한다. 그동안 야권은 192석의 표를 확보해 8표가 없어 번번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등에서 물러섰지만, 이제 대통령 탄핵소추안 등이 가능한 3분의 2 연합이 가능한 최소 조건이 갖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