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4년에 걸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추진이 성공하면서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의 리더십도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가려졌던 ‘뚝심’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선 양사 직원의 문화적·물리적 화합, 고객 마일리지 제도 통일 등 남은 과제를 조 회장이 어떻게 해결할지를 지켜볼 전망이다.
28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번 합병을 큰 승부수라고 보고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넘어 향후 대한항공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필수 조건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이후 2021년부터 매년 신년사에서도 양사 합병을 다짐하고 강조해왔다. 지난 6월 한 외신과 만난 자리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우린 100%를 걸었다.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은) 성사시킬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조 회장은 그동안 대한항공의 ‘현대화’를 진두지휘해 왔다.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에 이어 ‘3세 시대’를 연 이후 대대적인 기단 교체에도 조 회장의 의중이 대거 반영됐다. 지나치게 다양한 기종보다는 중·장거리를 아우르는 보잉 787시리즈, 에어버스 350시리즈 등의 기종을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한 것이다. 대한항공에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도 조 회장의 결정이었다.
미국 3대 항공사인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설립에도 조 회장의 역할이 컸다. 임직원들과 양사 간 조인트벤처 필요성을 분석하고 델타 수뇌부와 여러 차례 협의를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JV는 항공기 공동운항을 의미하는 ‘코드쉐어’ 보다 강력한 항공사 간 협력관계다. 두 항공사가 영업을 함께 하고 수익까지 공동 배분하는 형태다.
조 회장과 근무한 전직 대한항공 임원은 "외부에 알려진 이미지와 다른 측면이 상당하다"며 "직원들이 의견을 제시하면서 명확하게 설명하면 서슴없이 수용하고 실행에 옮겼다"고 회상했다.
합병과 관련해 조 회장의 남은 과제는 향후 진행될 통합작업이다. 조 회장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으며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 작업이 지나치게 늘어질 경우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