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방산株, 종전 가까워도 평화 멀었다? '무기 계속 팔릴 것'

주요 방산주 조정 국면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전망에 투심 ↓
"전쟁 끝나도 갈등 남을 것, 방산 수요 견조"

연초 이후 쉴 틈 없이 오른 방산주가 주춤하고 있다. 증권가는 중동 지역 휴전 및 미국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추진 등은 단기적으로 방산주에 부정적인 요소지만, 전쟁 종결과는 별개로 분쟁의 씨앗은 남아 있을 것이라며 국내 방산업체의 실적이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2주간 19.15% 내린 32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국내 주요 방산업체인 LIG넥스원(-17.81%), 현대로템(-15.43%), 한화시스템(-13.01%), 한국항공우주(-9.06%)도 각각 하락했다. 올해 들어 무서운 기세로 오른 주가가 빠르게 조정받는 모습이다. 최근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휴전에 합의했고,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러·우 종전을 추진할 것이란 의지를 강조하면서 글로벌 방산 수요 감소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또 미국 차기 행정부에 신설될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가 "F-35 같은 유인 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idiots)이 아직 있다"며 방산 관련 예산 삭감이 우선 과제임을 강조한 것도 투심 악화에 영향을 줬다.

증권가는 전쟁 종식 우려 등에 최근 방산주가 흔들렸지만 전세계 군비 증강은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유예 또는 포기하거나, 유럽이 러시아 침략 전쟁을 용인하기는 어려운 결정이다. 종전을 통해 숨 고르기 협상이 진행되겠지만 궁극적인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어 전선을 축소할 필요가 있었던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 강화와 정치적 생명 연장 관점에서 전쟁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국내 방산업체의 해외 수주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우방국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사실이 변하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올해 초부터 나토의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을 요구했다"면서 "올해 기준 3%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는 국가는 미국을 제외하고 13%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GDP의 3% 이상을 국방비로 책정할 경우 나토의 국방비 예산은 48.7% 증가한다. 트럼프의 요구에 맞춰 국방비 지출이 늘어날 경우 나토 가입국의 무기체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주가가 긴 시간 랠리를 이어왔기 때문에 당분간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중동 및 유럽의 휴전 여부에 따라 종목 간 선별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휴전이 지속된다면 방산업의 트렌드가 기술이전 및 현지생산 등으로 바뀌면서 한국이 수혜를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는 LIG넥스원과 한국항공우주가 유리하다"고 했다. 이어 "반대로 휴전이 불발돼 전쟁이 계속된다면 중동과 유럽 시장 위주로 수출 모멘텀 및 성장 가시성이 높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증권자본시장부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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