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25년 전 악몽 재현되나…美 경쟁당국, 칼 빼들었다

FTC, MS에 전 방위적인 반독점 조사 시작

미국 경쟁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핵심 사업에 대한 전 방위적인 반독점 조사를 실시한다. 클라우드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사업부터 사이버보안·인공지능(AI) 제품 부문 등 전부가 조사 대상이다. MS에 대한 FTC 반독점 조사는 1990년대 MS가 인터넷 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에 기본적으로 판매하다가 반독점 조사를 받은 이후 처음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MS 경쟁사와 1년 이상 비공식 인터뷰를 진행한 이후 최근 MS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FTC는 조사에 대한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MS에 발송했다. 이는 리나 칸 FTC 위원장 서명으로 이뤄졌다.

FTC는 MS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와 오피스 생산성 및 보안 소프트웨어를 끼워 제공하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MS가 애저에 생산성 소프트웨어인 MS 365 제품, 보안 소프트웨어 엔트라 ID를 함께 제공하고 경쟁 클라우드와 호환되지 않게 하는 것 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MS가 사실상 독점을 통해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고 보고 있다. 세일즈포스, 줌커뮤니케이션 등 업체들은 MS가 자사 워드·엑셀 등 인기 소프트웨어 제품에 자사 업무 협업도구 팀즈를 무료로 함께 제공하는 관행이 반경쟁적이라는 입장이다.

MS에 대한 FTC 조사는 MS 제품과 관련한 사이버보안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후 탄력을 받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 7월 MS 윈도에서 실행되는 사이버보안 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결함에 따라 전 세계에서 MS 운영체제 윈도 기기가 먹통이 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에도 미국에서 MS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 서비스 접속이 마비되며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MS의 시장 지배력이 확고한 가운데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세계 경제에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FTC 조사는 1990년대 PC 운영체제인 윈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아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며 반독점 조사를 실시한 이후 사실상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당시 MS에 대한 반독점 조사는 IT 산업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힌다. 당시 법무부는 FTC 조사 이후 1998년 MS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에서 MS는 두 개의 법인으로 분할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에서는 MS는 가까스로 분할을 피했지만, 윈도에서 경쟁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을 허용했고, 빌 게이츠 창업자가 사업에서 물러나는 결과를 맞았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빅테크에 친화적인 입장을 보이는 FTC 위원장을 지명한다면 MS 운명도 달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빅테크 저승사자’ 칸 FTC 위원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법원으로부터 독점 기업 판결을 받은 구글도 법무부로부터 웹브라우저인 크롬을 매각해야 할 위기에 놓여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규제 기조가 변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국제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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