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뺑뺑이'로 사망…'응급의료 거부 병원 보조금 중단 정당'

서울행정법원, 대구가톨릭대병원 패소 판결
당시 전문의 없다며 추락 환자 수용 거부

지난해 3월 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이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2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을 설립·운영하는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이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서울 고대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민간 구급대원이 환자를 구급차에서 내리고 있다.

지난해 3월 대구에서 당시 17세인 A양이 4층 건물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구급대는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대구파티마병원으로 A양을 이송했으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중증도 분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한 진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 이송을 권유했다. 이어 두 번째로 찾은 경북대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환자를 대면하지도 않은 채 권역외상센터에 먼저 확인하라고 했다. 이후 구급대원은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실로 전화했으나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진료를 거부했다. 그 후 다른 병원들도 연이어 환자 받기를 거절하자 구급대는 다시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전화했지만, 이 병원은 같은 말을 반복하며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A양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이후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옮겨져 처치 받았으나 숨졌다. 복지부는 이 일에 대한 조사에 나서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곳에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를 이유로 시정명령과 6개월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다. 특히 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은 중증도 분류 의무도 위반해 과징금이 추가됐다.

이에 대구가톨릭대병원 선목학원은 시정명령과 보조금 중단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병원 측은 소송 과정에서 "환자가 외상성 뇌손상이 의심되기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모두 부재중이라는 점을 알리면서 신경외과 및 정형외과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추천하거나 신경외과 이외의 다른 과목에 대한 진료는 가능하다고 답했을 뿐"이라며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응급환자로 의심되는 자를 직접 대면한 뒤 적절한 조치 등을 취한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1차 진료조차 하지 않은 채 필요한 진료과목을 결정한 다음 수용을 거부했다"면서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응급실에 시설 및 인력의 여력이 있었음에도 응급환자 수용을 거듭 거절해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결과까지 발생하는 등 응급의료 거부·기피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복지부의 6개월분 보조금 중단이 재량권을 벗어났다는 병원 주장에 대해서도 "시정명령 이행 기간 응급의료법에 따른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것일 뿐 병원 운영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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