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중국 최대 영화 및 TV 촬영세트장인 저장성 둥양시의 헝뎬잉스청 배우 조합이 단역배우 시급을 10% 삭감해 논란이다. 헝뎬잉스청은 실제 크기의 자금성과 아방궁 세트 등을 갖춘 36㎢ 면적의 거대한 세트장이다. 17일 중국 다완신원은 "헝뎬잉스청 배우 조합이 15일부터 단역배우에 대한 시급을 15위안(약 2890원)에서 13.5위안(약 2608원)으로 10% 삭감한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시급 13.5위안은 저장성의 일반 시간제 근로자의 최저시급 20~24위안보다도 낮은 액수로, 배우 조합에서 부과하는 수수료 10%를 공제하면 실제 단역배우가 받는 시급은 12.15위안(약 2340원)까지 떨어진다. 조합은 “최근 몇 년간 영화 및 TV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고 제작진은 큰 압력을 받고 있다. 영화 및 TV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요금 표준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헝뎬잉스청의 지난해 매출은 160억위안(약 3조 8500억원)에 달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배우는 1만명이 넘고, 지원 분야 종사자만 1만 2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시급 인하는 최근의 조처와 상반돼 더 충격이 크다. 지난 3월 조합은 단역배우 시급을 10시간 120위안(약 2만 3100원)에서 8시간 120위안으로 인상했고, 초과 근무 시급도 15위안으로 올렸다. 그러나 이번 삭감으로 10시간 근무 시 135위안으로, 초과근무 시급은 13.5위안으로 낮아졌다.
이에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곧장 비판이 제기됐다. ‘헝뎬잉스청 추가 시급 삭감’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으며, 누리꾼 사이에서는 “1시간 일해도 밀크티 한 잔밖에 살 수 없다”, “왜 스타들의 연봉을 삭감하지 않느냐”, “주연 배우들은 영화 한 편 촬영하면 1억위안(192억원)도 받는데 단역은 기본 생활도 유지하기 어렵다” 등의 반응이 나타났다.
주연과 단역의 출연료 격차 문제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에서 발표한 ‘연기자 임금제도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드라마 연기자의 출연료 차이는 최대 20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최저 출연료(최빈값)는 1회 방영 회차당 20~30만원인데, 평균 촬영 일수(2.63일) 일평균 노동 시간(9.99시간)에 비하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