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구전략]유럽 사회복지학 대가의 경고 “韓, 당장 저출산 해결 않으면 미래는 재앙”

외스타 에스핑앤더슨 교수, 아시아경제와 화상 인터뷰
“韓, 지난 10년 필사적 노력, 현금성 복지로 잘못된 정책 조합”
“부모 8시간 근로·고품질 보육시설·성평등 문화 필수적”

"부모 모두 8시간 이내로 근무하는 것, 보편적이고 고품질인 보육시설, 그리고 성평등. 한국 정부가 지금 당장 저출산 해결을 위해 이같은 대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재앙일 것이다."

복지국가 연구의 대가로 불리는 외스타 에스핑앤더슨(Gøsta Esping-Andersen) 스페인 바르셀로나 폼페우파브라대 명예교수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에스핑앤더슨 교수는 1947년생으로 덴마크 출신이며 세계적인 정치사회학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복지국가를 영미식 자유주의형, 유럽대륙 조합주의형, 북유럽 사회민주주의형 등 유형별로 구분한 ‘복지 자본주의의 세 가지 세계’를 저술했다. 그는 성평등 수준과 출산율은 U자형 관계를 가진다는 다중균형모델을 확립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초저출산율에 대해 "한국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잘못된 정책 조합을 사용했다"면서 "재정적 유인책, 즉 현금 지원을 통해 출산을 장려했는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것은 현금 지원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족 모델과 길고 고정된 근무시간이 일가정 양립의 가장 큰 방해 요소라고 봤다. 그는 "한국 여성들은 출산 후 평균 3년 동안 대개 일을 중단하게 되고, 이후 노동 시장과의 연결이 끊어져 복귀할 때는 임시직이나 저임금 일자리에 들어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남녀 성별 임금 격차가 큰 나라 중 하나다. 한국 남성과 여성의 평균 소득 차이는 31.2%다. OECD 평균은 12.1%, 일본은 21.3%다.

외스타 에스핑앤더슨 명예교수. 에스핑앤더슨 교수는 "한국 정부가 지금 당장 저출산 해결을 위한 이같은 대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재앙"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출처=스페인 바르셀로나 폼페우 파브라 대학교 홈페이지)

에스핑앤더슨 교수는 악명 높은 부동산 가격이 또 하나의 ‘악순환’이라고 짚었다. 그는 "특히 서울 지역은 집값과 생활비가 매우 높다"면서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적절한 주택을 매매하려면 두 사람의 소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이 아이를 가지면서 일을 그만두면 가계소득이 줄어 적절한 생활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면서 "이런 연결고리가 결국 여성들이 출산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에스핑앤더슨 교수와 일문일답.

-출산율 반등 가능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나는 두 가지 논리적인 정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매우 시급한 일은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원한다면 매우 시급한 정책이다. 법적으로는 하루 8시간 근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고용주가 "일이 너무 많으니 더 일해달라"고 하면 결국 10시간 이상을 일하게 된다. 이런 근무 문화가 계속되면 고등 교육을 받고 경력을 원하는 여성이 아이를 갖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첫 번째 정책 원칙은 고품질의 시간제 고용 창출이다. 이 정책은 출산과 출산 후 육아휴직을 위해 경력을 중단한 여성들도 다시 일자리에 복귀한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져야 한다. 출산율 정책이나 가족 정책을 좁게만 생각해서는 안 되고, 고용 정책과 노동시장 정책으로 확장해야 한다. 한국은 유럽과 비교해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 있으며 출산으로 경력이 중단된 여성들에게 더 강력한 고용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개혁이다.

-두 번째 정책은 무엇인가.

△소득 이전과 금전적 유인에 의존하지 말라는 것이다.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가장 시급한 두 번째 정책은 출산 후 첫 몇 년 동안 보편적인 고품질 보육을 보장하는 것이다. 특히 3세 이하 아이들을 위한 보육이 필요하며 3세에서 많게는 6세까지도 포함해야 한다. 3세 이하의 아이들에게는 양질의 보육을 제공하고 보육교사 1명당 아이의 비율이 낮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산층 이상 가정은 사립 보육 시설을 이용하게 되고 공공시스템은 재정 지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 공공 보육 시스템이 고품질이어야 상류층 가정도 자녀를 맡길 수 있다. 이것이 스칸디나비아 보육 시스템의 논리였다. 나는 ‘고품질’과 ‘보편적’이라는 두 단어를 강조하고 싶다. 모든 부모에게 고품질의 보육을 보장해야 한다.

-스칸디나비아 모델에 따르면 모든 부모는 보육센터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나.

△그렇다. 스칸디나비아 모델은 부모가 출근길에 아이를 보육센터에 맡기고 퇴근길에 데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근무시간은 8시간이지 10시간, 12시간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이 8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 것이다.

-작은 사업체일수록 정시에 맞춰 퇴근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입법의 문제다. 8시간 근무제를 입법화하거나 단체 교섭을 통해 할 수 있다. 한국의 노동조합은 8시간 근무제를 표준으로 시행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8시간 근무제를 입법화해야 한다. 또 8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은 후하게 보상받아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첫 번째는 고용 계약과 노동 시장, 두 번째는 보육, 세 번째는 성평등이다. 한국의 여성들은 남성이 매우 전통적인 남성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결혼을 꺼린다. 여성이 청소, 요리, 육아, 가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그녀의 경력이 단절된다는 의미이고 실제로 아이를 낳고 100% 혼자 돌봐야 한다면 경력을 쌓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교육받았지만 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적 자원의 낭비다. 경제학자들은 한국의 여성 고용률을 스칸디나비아 수준인 약 80%로 증가시킨다면 한국의 GDP가 15~20%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외스타 에스핑앤더슨 명예교수. (사진출처=스페인 바르셀로나 폼페우 파브라 대학교 홈페이지)

-어떻게 현실에서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덴마크의 예를 들어보겠다. 제 고향 덴마크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성역할 면에서 매우 전통적이었다. 여성은 집안일을 모두 하고 남성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덴마크 남성은 모든 집안일의 43%를 담당한다. 덴마크 남성의 30%는 여성보다 더 많은 가사를 한다. 덴마크는 어떻게 성평등을 이뤘을까. 덴마크에서 8시간 근무제가 도입됐고 여성들이 1970년대와 1980년대부터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대규모로 노동 시장에 진입했고, 보육 서비스가 보장돼 있었다. 그래서 여성들은 전일제 근무를 하는 것이 표준이 됐다. 여성이 전일제 근무를 하게 되면서 집안일을 할 시간이 부족해지고 남성이 도와야 했다. 이것이 한 가지 이유였다.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도 남성이 더 성평등하게 된 동기는 육아휴직과 관련이 있었다. 유급 육아휴직의 큰 부분이 아버지에게 할당됐다. 그래서 남성들은 몇 달 동안, 직장을 중단하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게 됐다. 남성들은 집에 머물며 요리, 청소, 설거지, 세탁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50대 50으로 가사 일을 분담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하루 8시간씩 일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성평등은 남성들에게 "더 성평등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남성들은 필요할 때만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세 번째로 높은 우선순위인 성평등 정책은 남성들이 가사와 육아에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동기 부여와 필요성을 의미하는데, 출산 휴가 제도를 개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출산 휴가가 잘 보장되고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일이 나누어지도록 해서 남성들이 출산 첫해에 아기를 돌보는 역할을 시작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이런 정책들을 시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50년 후에는 노인 인구를 부양할 젊은 세대가 없을 것이다. 생산성이 높은 젊은 사람들이 시스템을 재정적으로 지원하지 않게 된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는 장기적으로 재앙이다. 인구 감소는 이미 시작됐으며 세기가 끝날 때쯤 인구 규모는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보수주의 정부는 사회복지에 대한 공공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보수적인 정부든, 진보적인 정부든 상관없이 그들은 무엇이 위태로운지 이해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성역할, 초기 육아, 여성의 경력 등 성평등 측면에서 한국이 이 방식을 계속 유지하면 장기적인 결과가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들이 개혁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매우 나쁠 것이다. 한국은 북한이라는 이웃과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면 군대에 필요한 남성도 부족해질 것이고, 경제 성장도 느려질 것이다. 따라서 고급 군사 장비와 경제, 사회를 유지할 재정적 수단도 부족해질 것이다. 보수적인 정부든, 진보적인 정부든 상관없이 한국의 젊은 사회과학자나 정책입안자, 언론인들은 현재 정부든, 다음 정부든 상관없이 설득해야 한다. 이는 매우 긴급한 문제다. 현재 출산율이 0에 가깝다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치다. 현금성 정책은 출산 시기를 약간 앞당길 뿐이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가족들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민이 하나의 정책이 될 수 있나.

△이민자들이 어느 나라에서 오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일본에서 오는 이민자라면 출산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자녀를 출산하는 국가에서 온다고 하면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이민자들이 한국에 도착하면 한국인보다 당장은 더 많은 자녀를 낳겠지만, 다음 세대들은 한국인처럼 행동할 것이다. 이민자 인구는 이미 한 세대 내에서 출산율 측면에서는 현지 인구와 수렴하기 때문에 그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이민은 해결책이 아니다.

인터뷰 자문= 이재원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치부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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