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트럼프가 부동층으로 지지기반을 확대했고 이번에도 역시 샤이(shy) 트럼프가 많았습니다. 해리스가 여성이란 점도 트럼프에겐 반사이익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6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 배경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지난달 본지 인터뷰에서 일찌감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김 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압승을 거둔 원인에 대해 "여론조사에는 잡히지 않지만 투표장에서 트럼프를 찍는 숨은 지지자인 샤이 트럼프가 여전히 많았다"며 "지난 세 차례 대선을 거치면서 트럼프의 득표율이 계속 늘어났는데, 샤이 트럼프 비율도 함께 늘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초박빙이란 주류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보기 좋게 빗나간 원인도 샤이 트럼프의 존재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16년, 2020년 대선 당시 샤이 트럼프였던 유권자들이 '커밍아웃'하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샤이 트럼프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이민 정책을 중심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며 부동층의 표심을 사로잡은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 배경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과거 트럼프 지지층은 확장성은 부족하고 결속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경제, 이민 이슈를 앞세워 경합주 내 부동층에 소구하면서 지지기반을 크게 확장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특히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바이든·해리스 정부가 경제 정책에서 박한 평가를 받았고 트럼프가 이를 민주당의 무능으로 돌리며 파고든 것이 부동층에 정확히 먹혀들었다"고 봤다.
여성이라는 유리천장 또한 해리스 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미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 승리에 절대적인 마초 기질의 백인 남성 노동자들이 소수 인종인데다 여성이기까지 한 해리스에 갖는 불편한 심리가 존재한다"며 "백인 남성인 트럼프, 흑인 여성인 해리스 사이에서 남성 유권자들의 표가 결국 트럼프로 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의 자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차별화되는 해리스 행정부만의 정책 구상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불법이민, 환경 이슈 등에서 표를 의식해 말을 수시로 바꾼 것도 진보 성향의 지지층 이탈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세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모두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트럼프 2기가 브레이크 없는 자국 우선주의에 정책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그는 "트럼프는 이미 세 차례나 대선 후보가 됐고, 높은 지지율로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했다"며 "트럼프가 더 강력해진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 아래 분야별로 가진 레버리지를 활용해 우리를 압박할 수 있는 만큼 변화된 미국을 전제로 장단기 대미 전략을 수립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대표는 한인 정치력을 결집해 미 의회를 움직이는 방식의 유권자 운동을 통해 30년 넘게 워싱턴 정치에 참여해 왔다. 2007년 미 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미 정부를 움직여 한미 간 비자면제 프로그램 도입을 주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