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증 의료기기 해외직구 해 사용한 치과의사들 '덜미'

비용 절감을 이유로 중국산 저가(미인증) 치과용 의료기기를 해외직구한 후 환자를 치료하는 데 실제 사용한 치과의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관세법 위반 및 밀수입 혐의로 치과의사 13명을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해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쓰인 치과용 의료기기 적발 제품.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제공

서울세관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12월~올해 4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총 1184회에 걸쳐 치과용 의료기기 1만1349점(시가 1억4000만원 상당)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해외직구로 구매한 의료기기는 실제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기기를 해외에서 들여올 때는 150달러 이하에 해당해도 식약처의 의료기기 수입허가를 받은 후 목록통관이 아닌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단 자가 치료 등 일부 경우에 한해선 의료기기도 목록통관을 통해 국내로 반입할 수 있다.

목록통관은 개인이 사용할 물품 또는 기업이 견본으로 사용할 물품이면서, 세관장의 확인 대상이 아닌 150달러(미국은 200달러)의 물품을 국내로 반입할 때 최소한의 물품·거래정보만 세관에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별도의 수입신고 없이 통관할 수 있는 일종의 간소화 제도다. 해외직구로 국내에 반입되는 물품이 주로 목록통관 절차를 거친다.

적발된 치과의사들은 이러한 목록통관 제도를 악용해 미인증 의료기기를 국내로 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가 사용 물품으로 위장해 충치 치료, 치아 절삭 등에 사용되는 치과용 드릴과 환자의 잇몸에 직접 닿는 구강 마취 주사기 등 다양한 의료기기를 반입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수입 요건과 관세 등을 면제받았다.

서울세관은 이들 치과의사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목록통관 제도를 악용해 미인증 의료기기를 밀반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조사과정에서 이들이 단체 채팅방을 이용해 의료기기의 해외직구 정보를 공유한 정황도 확인했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미인증, 미허가 의료기기 등 물품이 국내로 반입되지 않도록 해외직구 통관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전자상거래를 통한 불법·부정 물품 수입과 이를 이용한 영리 행위를 발견할 때는 관세청 밀수신고센터로 적극 제보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세종중부취재본부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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