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원인턴기자
대법원. [출처=법률신문]
꾸중을 들었다는 이유로 친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둘러 잔인하게 살해한 남자 중학생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군(15)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은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A군은 지난해 추석 연휴였던 10월 1일 오후 5시 34분경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을 야단치던 친어머니 B씨(47)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군이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짜증을 내자 B씨는 "추석이라 친척 집에 놀러 와서 그렇다. 이해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A군은 청주 상당경찰서를 찾아가 해당 소음에 대해 신고했고, 이 사실을 통보받은 B씨는 "남을 배려하지 않고 왜 네 권리만 주장하느냐"며 아들을 꾸짖었다. 이에 A군은 평소 가지고 있던 피해의식과 B씨에 대한 적대심에 사로잡혔고, 주방에서 흉기를 가져와 B씨를 28차례나 찔러 살해했다. A군은 범행 직후 현장을 벗어났으며 B씨의 남편이 외출을 마친 후 귀가했다가 이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고 A군은 아파트 인근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A군 측은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정신질환 등을 이유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신감정을 위해 입원하는 동안 다른 가족에게 "촉법소년이라 빨간 줄이 그어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국립법무병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A군의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으로 인정될 정도의 증거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피고인은 범행과 관련해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이나 피해자를 탓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계속해서 제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20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5년을 선고했다.
A군의 희망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은 배심원 9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A군의 유죄를 평결했다. 배심원 8명은 징역 20년 의견을, 나머지 1명은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의 의견을 냈다. A군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 20년을 최종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