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배는 끝났다' 인도 증시, 비관론 확산 이유는

인도 증시 월별 하락 폭, 4년 만에 최대
외인, 매도 규모 월 100억달러 넘어서

수년째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인도 증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증시 상승 배경이었던 높은 성장률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줄어들면서 외국인 자금이 크게 이탈하고 있다.

주요 외신은 4일(현지시간) "2020년 3월 이후 3배 이상 상승한 인도 증시에 기업 수익 약화, 경기 침체 징후, 중앙은행의 과도한 개인 대출 제한 조치라는 악재가 끼이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점점 더 큰 우려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웠던 인도 증시는 지난달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인도 대표 주가지수 니프티 50지수와 센섹스지수는 지난달 각각 6.2%, 5.8% 떨어졌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월별 하락 폭이다. 두 지수는 이날 장중 각각 1.5%, 1.4% 내리는 등 낙폭을 확대하며 지난 8월 초 수준으로 회귀했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도 주식을 100억달러 넘게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 가장 큰 월별 외국인 매도 규모다. '세계의 공장' 원조인 중국이 지난 9월부터 잇달아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데 따른 중국 경제 성장 기대감으로 인도 증시자금은 중국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인도 여러 기업이 최근 부진한 실적을 내놓고 있는 것이 주가 하락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2일 인도 주식에 대한 투자 등급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이유에 대해 "경기 둔화로 인해 기업 이익 전망이 악화하고 있으며 주당순이익 하향 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UBS의 수닐 티루말라이 수석 신흥시장 전략가는 "(인도 기업의) 실적 하향 조정 정도를 추적한 결과,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 심지어 일부 필수 소비재 기업조차도 적정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 증시의 견인 배경이었던 높은 경제 성장도 둔화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도의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은 6.7%로, 직전 5개 분기 중 가장 느린 성장 속도이자 시장 전망치(6.9%)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인도 증시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인도 당국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여러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도 하나의 방안으로 평가된다. 인도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I)은 지난달 기준금리인 환매조건부 채권(Repo·레포) 금리를 현행 6.50%로 10회 연속 동결했다. 마르셀러스의 무케르제아 분석가는 "적절한 통화 및 재정 조치가 취해진다면 2025년 크리스마스까지 어려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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