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기자
한솔그룹의 경영승계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그룹의 주력인 한솔제지가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한경록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하면서부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솔그룹의 이번 인사를 통해 24년 차를 맞은 ‘조동길 체제’가 본격적으로 3세로 경영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1979년생인 한 대표 내정자는 2014년 한솔그룹에 합류해 전략,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2022년부터는 한솔제지 인쇄·감열지 사업본부장을 맡아 북미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을 주도, 수출 부문에서의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업계는 특히 37년간 한솔그룹에 몸담은 정통 ‘한솔맨’인 한철규 한솔제지 대표를 대신해 사위인 한 대표 내정자가 자리에 오르는 것을 두고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 회장의 장남 조성민 부사장이 지주사인 한솔홀딩스에서 경영 승계를 준비하는 가운데, 사위인 한 부사장이 핵심 계열사인 한솔제지의 경영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한솔그룹은 지난해 조 부사장이 한솔제지 친환경사업담당(상무)에서 지주사 사업지원팀장(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1988년생인 조 부사장은 2016년 한솔홀딩스에 합류해 2019년 한솔제지로 이동했다. 이후 2020년 수석, 2021년 상무로 승진한 뒤 전무를 거치지 않고 부사장으로 단번에 승진했다. 입사 7년 만이다. 조 부사장은 그룹 전반의 전략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조 부사장이 아직 젊다는 점과 소속 기업의 보유 지분 확대와 상속·증여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 등의 ‘허들’은 남아있다. 현재 조 부사장의 한솔홀딩스 지분율은 3.0%에 불과하다. 최대주주인 조 회장의 지분율은 17.23%다. 조 부사장은 급여와 배당 등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으로 지분을 차츰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솔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글로벌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사업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회사의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현업에서 뚜렷한 사업성과를 창출한 현장형 리더를 등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