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아기자
‘100만㎞ 무사고’ 30년 차 베테랑 기관사 A씨(59)는 최근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A씨는 지난해 5월 서울 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스크린도어가 센서 오작동으로 열리지 않은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A씨는 3일간 사무소에서 안전 교육 명목의 이른바 ‘깜지 쓰기’를 했고, 견책 처분과 과태료 150만원을 부과받았다. A씨는 “센서 오작동이 여러 차례 반복돼 모두 기록하고 보고했지만, 한국철도공사는 보수를 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최근 철도 공사가 안전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철도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기관사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 6월까지 철도 관련 과태료 109건 중 101건이 기관사에게 부과됐다. 과태료 액수만 1억590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철도안전법 안전법에 따르면 철도 노동자는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첫 번째엔 150만원, 두 번째엔 300만원, 세 번째엔 4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9년 차 기관사 B씨(32) 역시 5년 전 열차의 정지 위치를 정확히 맞추지 못해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B씨는 “기관사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정지 위치를 조정하는 건 일상다반사다. 눈이나 비가 오면 차가 더 미끄러지고 차량 100대가 있으면 100대 다 제동력이 다르다”며 “고의로 정지 위치를 안 지킨 것도 아닌데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과하다. 이런 식으로 처벌하면 누가 기관사를 하려고 하겠나”라고 한탄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관계자는 “철도 공사는 안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은 채 현장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며 “감시와 처벌 위주의 안전대책이 아닌 실효성 있고 근본적인 안전 시스템 개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노조와 안전 강화에 대해 함께 얘기하고 있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무는 동시에 안전 대책도 항상 세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