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들 '불법 이민자 송환 위한 새 법안 마련돼야'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이 17일(현지시간) 불법 이민자의 본국 송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새로운 입법안이 긴급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U 정상들은 이날 오후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외교·개발·무역·비자 정책을 포함해 모든 수단과 도구를 동원해 단호히 조처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최근 유럽 각지에서 EU 각국에서 반이민 정서가 고조되고 극우세력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민정책 의제가 전면에 등장했다. 본회의에 앞서 오전에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주재로 네덜란드, 헝가리 등 10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이민정책 논의를 위한 '미니 정상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다만 세부 방법론을 두고는 회원국 간 이견이 확인됐다. 제3국에 '이주민 송환 허브'를 구축하자는 아이디어의 경우 일부 회원국 반대로 공동성명에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제안한 이 구상은 망명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제3국에 있는 일종의 임시 수용시설에 이송해 머물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이는 망명 신청이 거부되고도 EU를 떠나지 않는 불법 이주민들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지만, 사실상의 '추방대책'이라는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은 EU 회원국들이 이미 합의한 신(新)이민·난민 협정의 조기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협정은 회원국 간 난민을 의무적으로 나눠 수용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돈이나 지원 인프라를 지원하도록 한 것으로, 현재 시행 예정 시기는 2026년6월이다. 반면 네덜란드, 헝가리는 '난민 의무 수용'에 반발하며 이행 거부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정상들은 러시아, 벨라루스 등 제3국의 '이주민 도구화'에 대응하겠다면서 "예외적인 상황에는 적절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폴란드 및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한 회원국에 연대를 표명한다"고 적시했다. 앞서 폴란드는 난민 통제를 위해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일시적으로 막겠다고 선언해 논란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