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윤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은 17일(현지시간) 주요 정책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과 9월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인하 결정이다.
AFP통신은 ECB가 오는 23일부터 예금금리와 기준금리, 한계대출금리를 각각 25bp 내린다고 보도했다. ECB가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 2001년 12월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예금금리는 3.25%, 기준금리는 3.40%, 한계대출금리는 3.65%로 낮아지게 된다.
ECB의 적극적인 금리 인하 행보는 ECB의 정책 중심이 인플레이션 완화에서 경제성장으로의 전환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ECB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하고 예치금리를 기존 연 3.50%에서 3.25%로 내린다고 발표했다. 예치금리는 시중은행이 ECB에 하루짜리 단기자금을 맡길 때 적용하는 금리다.
이외에도 시중은행이 ECB에서 일주일 동안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레피금리(Refi·MRO)는 3.65%에서 3.40%로, 한계대출금리는 3.90%에서 3.65%로 각각 인하했다. ECB는 세 가지 정책금리 중 예치금리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계획한다.
ECB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작년 9월까지 연속 10차례에 걸쳐 금리를 총 4.50%포인트 올렸다. 이후 5차례 동결한 후 지난 6월과 9월에 각각 25bp(1bp=0.01%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했다.
ECB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정보들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과정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인플레이션 전망은 각종 경제 활동 지표들의 깜짝 놀랄 하방 움직임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7%로 ECB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 잠정치인 1.8%보다도 더 낮았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1년 4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지난 8월에는 2.2%를 기록했다.
ECB는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목표 수준으로 떨어지기 이전에 몇 달 동안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투명한 유로존의 성장 전망 또한 작용했다. 앞서 ECB는 지난달 내수 수요 감소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측치를 기존 0.9%에서 0.8%로 낮췄다. 내년 전망치도 1.4%에서 1.3%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9월 유로존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전월(45.8)에 이어 50을 한참 밑도는 44.8을 기록한 것도 우려 요소로 지목된다.
ECB는 오는 12월로 예정된 다음 통화정책회의 때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단서도 제공하지 않았다. 대신 "새롭게 추가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회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우리는 특정 금리 경로를 사전에 확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