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원인턴기자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투신을 하려 했던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피해 여성은 몇 달간 스토킹에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부산에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30대 남성 김모 씨가 경찰에 체포된 가운데, 피해 여성은 스토킹으로 인해 괴로움을 호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지난 3월 오전 5시경 피해 여성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에 도착해 초인종을 쉴새 없이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 당시 집에 있던 피해 여성은 "잠도 못 자고 3시간째"라며 "살려달라"고 모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는 김 씨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실제로 모친에게 보냈던 메시지 중 경찰 부르면 보복 난리 나겠지?"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확인됐다. 또한 "엄마, 나 화장실도 못 가고 있어", "화장실 가면 물 내리는 소리 때문에 안에 있다는 게 발각될까 봐", "나 죽는 줄 알았어" 등의 메시지를 전송하며 두려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씨의 스토킹 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욕설과 협박, 무차별적인 폭행도 벌어졌다. 유족은 취재진 측에 "(김 씨가) '아, 나 오늘 약 안 먹었는데' 한마디를 하더니 자신의 차량 블랙박스를 딱 껐다"며 "그러더니 언니(피해 여성)를 멱살 잡고 끌고 내려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으로 데려가 폭행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은 이날 112에 처음 신고했고, 이후에도 2번 더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김 씨는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으며 여성의 집과 직장을 찾아가는 등 스토킹을 지속했다.
김 씨는 지난달 3일 오후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여자친구를 죽였다"고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옥상 난간에 앉아 투신을 시도하려는 김 씨를 구조한 뒤 검거했다. 피해 여성은 자택에서 흉기에 찔려 의식을 잃은 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그는 최소 6개월간 심각한 교제 폭력에 시달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 씨는 현재 구속기소 된 상태로, 이달 말부터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