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비싸진 배추값으로 김장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10월 중순 이후 배추 공급량 확대가 예고된 데다, 김장 속재료로 쓰이는 고춧가루, 생강, 마늘 등 농산물 가격이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김장 시기만 1~2주 늦추면 비용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급등했던 배추값은 현재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8일 농산물유통정보 카미스(KAMIS)에 따르면 소매 배추 가격은 1포기당 8758원이다. 여전히 전년 가격(6937원)보다 26%가량 높지만 정점을 찍은 지난달 27일(9963원)보다는 12% 하락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이 오르는 것은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2019년과 2022년의 경우 태풍으로 배추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전년보다 2배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2020년엔 50여일 간의 긴 장마로 배추 가격이 불안정해졌다. 2021년은 포기 전체가 썩는 배추 무름병이 돌았고, 지난해에는 작황 부진과 소금, 고춧가루 등 김장 주요 재료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김장 물가를 자극했다.
올해 배추 가격은 가을배추 초기 작황 부진으로 급등했다. 배추는 고온에 취약한데, 9월 중순까지 이어진 이례적인 폭염이 생육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다행인 건 김장 부재료 대부분의 가격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하락해 김장 물가 상승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는 점이다. 고춧가루(상품·1kg·중국)의 소매가격은 7일 기준 1만3391원으로 전년(1만3504원)과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양파도 이날 기준 2149원으로 전년(2149원)보다 6.5% 가격이 떨어졌고, 생강(1만4816원)은 전년(1만8756원)보다 21% 하락했다. 소금 가격도 지난해(1만4192원)보다 약 20% 떨어졌다. 이날 기준 소금 소매가격(상품·5kg)은 1만1441원이다.
다만 상승세를 보이는 품목도 있다. 깐마늘(상품·1kg)은 1만346원으로 전년(9874만원)보다 소폭 올랐다. 마늘(상품·1kg)도 1만346원으로 전년(9874원)보다 4.8% 상승했다. 특히 무(상품·1개)의 가격은 3751원으로 전년(2567원)보다 약 46% 급등했다.
현재 출하되는 배추는 강원 평창과 횡성 등에서 재배되는 준고랭지 배추다. 9월 중순까지 지속된 고온의 영향으로 생육이 부진해 생산량이 감소했다. 하지만 기온 하락으로 생육이 회복세로 돌아섰고, 이달 하순부터는 경북 문경·영양, 충북 괴산, 11월엔 최대 주산지인 전남 해남 등에서도 출하가 시작돼 배추 가격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상 여건이 잘 받쳐준다면 10월 말부터는 배추 출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해 가격 하락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달 들어 가격이 전반적인 내림세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엽근채소 10월호를 통해 "고온 및 가뭄으로 준고랭지2기작 배추 생산량이 감소해 가을배추 초기 작황이 부진하지만 10월 중순 이후 출하지가 확대되면서 순별 출하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가을배추 작황이 회복되고 있어 김장철 가을배추 수급은 지금보다 양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상악화의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한 무와 관련해서는 "여름무 생산량 감소로 10월 출하량이 줄겠지만, 상대적으로 생육이 양호한 준고랭지2기작 무와 가을 일반무 출하가 시작되면서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정부 역시 배추 수급이 안정 전망을 보이는 만큼 농축산물 소비자물가는 지속적인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농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월 13.1% → 4월 12.0% → 5월 9.8% → 6월 7.3% → 7월 6.2% → 8월 2.5% → 9월 2.2%로 낮아지는 추세다.
농식품부는 또 출하 장려금을 지원해 가을배추 일부 물량의 조기출하를 유도하고 신선 배추를 수입해 부족분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필요 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배추에 대해 할인 기간을 연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