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샘' 석유공룡, 트럼프에 지갑 열다

"2020년 러-사우디 감산 합의 계기"

미국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석유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자금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4 미국 대선 선거 주기에서 석유 업계가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 및 관련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후원한 금액은 약 1400만달러로 전체 산업군 중 4위다. 1위는 1억1600만달러를 지원한 금융·투자업계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석유 업계는 2020년 대선 당시보다 6계단 상승해 이제 트럼프의 4번째로 큰 현금 공급원"이라며 "석유 산업을 지지하는 민주당의 상·하원 내 입김이 약해지면서 에너지 업계 수장들과 공화당의 오랜 동맹이 더욱 공고해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소비자보호단체 퍼블릭 시티즌의 에너지 프로그램 책임자인 타이슨 슬로컴은 석유 공룡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바닥이 없는 돈의 우물"과 같다며 "석유 회사들은 돈이 많고, 워싱턴 D.C를 향한 이들의 로비와 영향력 파이프라인 역시 매우 성숙해졌다"고 평가했다.

석유 업계를 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애는 현재진행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구호를 반복하며 미국을 전 세계 무대에서 에너지 우위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취임 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천연가스 수출 중단 조치를 즉시 해제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석유 업계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대열에 합류한 결정적 계기는 따로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2020년 3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 전쟁으로 석유 공룡들이 치명상을 입었는데 이를 수습한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는 설명이다. 당시 두 나라의 갈등으로 3월8일 하루에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4%, 브렌트유 가격은 24% 폭락했고, 이에 에너지업체 힐코프의 창립자 제프리 힐데브랜드는 당시 순자산의 90%가 증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트럼프는 당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모임인 오펙플러스(OPEC+)의 하루 최소 1000만배럴 감산 합의를 끌어냈다"며 "이후 연료 수요와 가격이 2020년 여름까지 꾸준히 상승해 바이든에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석유 업계를 든든한 뒷배로 둔 트럼프 전 대통령이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캠프는 지난 8월 모금액보다 3200만달러를 초과 지출해 적자가 난 상황이며, 지난달엔 미디어 광고 유세에 7200만달러를 쏟아부었지만 해리스 캠프 지출(1억9200만달러)의 절반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석유 업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면 폐기 공약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잡음이 예상된다. IRA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인 친환경 제조업 복원 정책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친환경을 빙자한 사기(그린 뉴 스캠)'라고 줄곧 비판해왔다.

국제부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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