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집도 비비고도 품절'…포장김치, 온라인몰 판매 중단

시판용 김치, 제조사 온라인몰서 일시 품절
장마·역대급 폭염, 작황 부진 지속 영향
배추 1포기 가격 1만원 육박
가을배추 본격 출하 이달 중순부터 안정세 관측

올해 긴 장마에 이은 역대급 무더위로 배추 작황이 부진하면서 '김치 대란'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본격적인 김장철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데다, 주요 제조사가 물량 부족으로 시판용 배추김치의 판매를 중단해 밥상에서 김치가 '귀하신 몸'이 됐다. 식품업계는 가을배추를 본격적으로 출하하는 이달 중순 이후부터는 김치 공급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배추 1포기 가격이 여전히 1만원에 육박하고, 가을 물량도 예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배추가격 폭등에 김치 대란 우려가 현실화 되면서 포장김치 판매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마트 포장김치 코너에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포장김치 시장에서 점유율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상 '종가'는 지난달 19일부터 2주 넘게 온라인몰에서 포기김치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백김치와 나박김치, 파김치 등 다른 김치 제품도 주문을 차단해 놓았다.

대상 관계자는 "비축해 놓은 배추로 버티면서 여름까지는 김치 공급을 정상화했으나 장마와 폭염으로 작황이 부진해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며 "현재는 그나마 원재료 수급 여력이 있는 총각김치와 열무김치 등 다른 제품군의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달 중순 이후 가을배추가 출하되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비비고 김치를 생산하는 CJ제일제당도 온라인몰에 등록된 김치 제품 49개 가운데 묵은지와 파김치 등 8개 품목을 제외한 41개가 일시 품절 상태다.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에 제품을 우선 공급하고, 온라인몰 빈도를 낮춘 결과다.

정부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말까지 중국산 배추 총 1100t을 수입해 숨통을 틔우기로 했으나 시판용 김치 제조사에는 이 같은 정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계 등에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B2C(기업·소비자간 거래)용으로 제조하는 김치는 전국에서 수급하는 국내산 배추만 사용한다"며 "산지에서 출하하는 가을배추 물량이 확보돼야 온라인 주문에 대한 일시 품절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추를 구매해 직접 김치를 담그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추석 연휴를 지나 급등한 배추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배추 1포기 소매가격(상품 기준)은 지난달 19일 9337원으로 9000원을 돌파했고, 27일에는 9963원으로 1만원에 육박했다. 가장 최근 시세인 이달 2일 기준 소매가격은 1포기당 9202원으로 전달보다 33.9%, 1년 전보다 32.7% 올랐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치인 평년 가격과 비교해서도 23.9% 비싸다. 같은 기간 무 1개 가격도 3859원으로 전년 대비 50.3%, 평년 대비 29.7% 상승했다.

정부와 업계는 이달 중순 이후 배추 가격이 점차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으나 가을배추 작황도 예년에 비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최근 발표한 '농업관측 10월호' 보고서에 따르면 가을배추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5.2∼8.1% 감소한 114만2000∼117만7000t(톤)으로 예측됐다. 또 이달 배추(상품 기준) 도매가격은 10㎏에 1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38.4%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년 가격과 비교해도 42.9% 비싸다. 이는 고온과 가뭄 영향으로 준고랭지 배추 생산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마와 폭염 등으로 배추 작황이 부진해 가격이 오르고, 김치 공급에 애를 먹는 상황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세일 때 김치를 미리 구매해 둔다면 김장철까지 버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통경제부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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