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인턴기자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서 휠체어를 탄 채 번잡한 왕복 10차선 횡단보도를 건너던 시민을 도운 버스 기사가 화제라고 연합뉴스가 2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비가 내리던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왕복 10차선 횡단보도에선 수동 휠체어에 탄 한 남성이 보호자도, 우산도 없이 혼자 힘겹게 건너고 있었다. 남성이 절반도 채 건너지 못한 그때 신호등의 파란불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늦은 밤 시간대라 어두운 데다 빗줄기가 굵어 그를 미처 못 본 건너편 차량이 신호가 바뀐 것만 보고 출발한다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갑자기 한 남성이 나타났다. 남성을 유심히 보고 있던 버스 기사다. 심상치 않은 상황을 감지한 기사는 안전벨트를 풀고 남성을 향해 한달음에 뛰어 내려갔다. 걸린 시간은 불과 5초 남짓. 이어 기사는 휠체어 시민과 함께 횡단보도를 내달렸다.
이 같은 버스 기사의 선행이 온라인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끌고 있다. '어린이, 세 번째 사람' 등을 쓴 김지은 아동 문학평론가는 마침 이 장면을 목격했다며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김씨는 "폭우 속 휠체어를 탄 분이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반도 못 건넌 상황에서 점멸이 시작됐다"며 "(이때) 정차 중이던 버스 기사님이 (버스에서) 튀어나와 휠체어를 안전지대까지 밀어드리더니 흠뻑 젖은 채 버스로 복귀하셨다. 번개맨 같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휠체어와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470번 1371호 감사하다"고 했다
서울 간선버스 470번을 운영하는 다모아자동차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게시판에도 이 모습을 목격한 시민들의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한 시민은 "빗줄기로 시야가 안 좋았고 (길을 건너던 분은) 수동 휠체어 작동도 어려워 보였다"며 "그때 정차 중이던 470번 버스 기사님이 버스 앞문을 열고 달려 나가시더니 거센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도움을 주셨다"고 썼다. 그러면서 "순간 벌어진 따뜻한 장면이었다"면서 "기사님 덕분에 추석을 다정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당시 긴박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버스 블랙박스 영상도 공개됐다. 해당 버스를 몰았던 주인공은 버스 운전 10년 경력의 이중호 기사다. 이씨는 26일 연합뉴스에 "비 내리는 밤 휠체어 사용에 능숙하지 않은 분이 보호자도 우산도 없이 언덕 지형을 힘겹게 지나가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강한 빗줄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던 터라 신호가 바뀌면 반대편 차로에서 바로 출발할 수도 있겠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그는 곧장 버스에 있던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강남대로로 뛰쳐나갔다. 이씨는 "당시에는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뿐이었다"며 "같은 일이 일어나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손님들이 사고 없이 하루를 안전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