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진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금융당국의 들쭉날쭉했던 가계대출 관련 메시지에 관해 "국민들과 은행 창구 업무를 보시는 분들께 혼란을 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하며 한발 물러섰다. 전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책대출 대상을 줄이지 않겠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국토부와 소통 중”이라며 “정책자금과 민간자금의 금리 차이가 너무 크다면 국토부에서도 추이를 고려해 조정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10일 진행된 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의 자율적인 여신 심사를 통해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이견이 없다"면서 그간 나왔던 당국 불협화음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이어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급증하는 가계대출 관리에 관해 세밀하게 메시지를 내지 못해 국민과 은행,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분들에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원장은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에 편승해 특정 자산에 쏠림이 있는 형태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 보더라도 적절한 위험 관리가 아닐뿐더러 소비자나 고객 입장에서 보더라도 지나치게 큰 이자와 원리금 상환 부담 등을 끼고 운영하는 거라 큰 리스크가 있다"면서 "대출 절벽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월 단위 등 스케줄을 갖고 체계적 점진적으로 대출을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부탁을 (은행장들에게) 드렸다"고 말했다.
앞서 은행들이 연간 경영계획 목표치를 넘겨 가계대출을 취급할 경우 내년 총부채원리금비율(DSR) 한도를 줄이는 방식을 언급한 점에 대해서도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이 원장은 "10월, 오는 11월의 가계대출 흐름을 봐야 할 듯하고, 구체적으로 다음 DSR 정책을 어떻게 할지, 또 은행권의 고위험 자산 여신 관리와 관련해 추가적 입장이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기세를 누그러뜨린 이 원장의 이런 발언들은 최근의 '관치금융' 논란을 의식한 듯한 모습이다. 앞서 은행권에서는 지난 몇 달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주문에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했으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화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달 이 원장은 대출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라고 지적했고, 이에 금융사들은 금리 인상을 넘어 대출 자체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연이어 1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중단, 거치 기간 폐지,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제한 등의 방안을 쏟아냈으며,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풍선효과의 조짐이 보이자 보험사에서도 유주택자에 대한 주담대 취급을 막았다.
다만 이 같은 방침에 애꿎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이 원장은 '가계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 간담회'를 열고 "일부 금융사에서 유주택자에 대해 대출을 막은 건 당국과 공감대가 있었던 게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그가 "실수요자 대출에 제약이 없도록 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자 우리은행이 실수요자 심사 전담팀을 가동하고 유주택자 대출 불가 규정에 실수요자 예외 사항을 두는 등 원장 발언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이며 '관치금융'에 의한 조치들이라는 비판이 이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