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속 타이태닉 모습 공개…'영화 속 두 팔 벌린 뱃머리 무너져'

112년 전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 초호화 유람선 타이태닉호의 최근 모습이 공개됐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이날 뉴욕타임스를 인용해 타이태닉호의 독점 인양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민간기업 'RMS 타이태닉'이 지난 7월 12일부터 20여일간 진행한 심해 타이태닉호 탐사에서 촬영된 사진을 전날 공개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0년 이후 14년 만에 타이태닉호 심해 탐사에 나섰다. 이번 탐사에는 사람을 태운 잠수정 대신 원격 조종이 가능한 무인 로봇이 동원됐다.

최근 공개된 심해의 타이태닉호 뱃머리 사진 [사진출처=연합뉴스]

공개된 타이태닉호 잔해 현장 사진을 보면, 타이태닉호 침몰을 다룬 영화 '타이타닉'(1997)에서 주인공 잭과 로즈가 두 팔을 벌리고 선 장면으로 유명한 뱃머리 난간이 최근 심하게 파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분은 2년 전 공개됐던 다른 탐사 사진에선 무너지지 않고 남아있었는데, 그사이 부식이 진행돼 일부가 무너진 것으로 추정됐다. RMS 타이태닉 관계자는 "탐사팀이 뱃머리 난간의 부패 사실을 확인하고 슬퍼했다"면서 "붕괴는 피할 수 없지만, 이는 타이태닉의 유산을 보존하겠다는 우리의 책무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탐사에서는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던 다이애나 동상을 다시 발견하는 성과도 있었다. 로마 신화에서 사냥의 여신인 다이애나의 모습을 본뜬 청동 조각상은 타이태닉호의 일등석 라운지 안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침몰 당시 라운지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선박 외부로 튕겨 나갔다. 이 동상은 1986년 이후로 발견되지 않아 영원히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번에 40여년 만에 해저 모랫바닥에 처박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된 다이애나 동상 [사진출처=연합뉴스]

한편 타이태닉호 잔해 유물 채취 허가를 두고 RMS 타이태닉은 최근 미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회사는 1987년부터 탐사를 통해 5000점이 넘는 타이태닉호 유물을 회수해 일부는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타이태닉호 사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잔해에서 유물을 회수하는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미국 의회도 난파선을 인양하거나 현장을 물리적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RMS 타이태닉이 2020년 타이태닉호 잔해를 절단해 배 안에 있던 무선 전보기를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미국 당국은 이 회사를 고소한 바 있다.

당국의 제재에도 탐사 및 유물 회수 의지를 밝혀왔던 RMS 타이태닉은 지난해 타이태닉호 탐사 관광에 나섰던 잠수정 한 대가 폭발해 탑승객 5명 전원이 사망한 이후로는 유인 탐사 계획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사고가 난 잠수정은 이 회사 소유는 아니었지만, 해당 사고로 RMS 타이태닉 소속 해양 전문가 1명이 사망했다.

한편 타이태닉호는 1912년 4월 영국의 사우샘프턴을 떠나 미국의 뉴욕으로 향하던 중 북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해 침몰했다. 당시 선원과 승객 2223명 중 1517명이 사망했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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