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일웅기자
한반도의 난대·아열대화에 대응할 산림 전초기지가 전남 완도에 마련된다.
산림청은 전남 완도에 국립난대수목원을 조성한다고 4일 밝혔다.
전남 완도군 소재 '완도수목원' 전경. 산림청 제공
완도군은 연평균 기온 14.33℃, 강수량 1510㎜의 전형적 난대기후를 보인다. 특히 제주난류와 서한연안류의 영향으로 습도가 높아 난대림 생육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한반도의 난대림 총면적 9852㏊ 중 3446㏊(35%)가 완도에 집중된 것도 같은 이유다.
산림청이 완도에 국립난대수목원을 조성하려는 배경에는 한반도의 난대·아열대화가 가까워지면서, 선제적으로 난대·아열대숲을 조성해 가꿔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한반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100년 국내 아열대 면적은 국토 전체 면적의 2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반도의 난대·아열대화가 현재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으로, 국토의 미래 기후조건에 맞는 수종을 개발하고, 나무의 성장 기간을 고려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산림청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난대수종은 상록활엽수가 많아 탄소흡수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완도에 가장 많이 서식·분포한 붉가시나무는 조림지 1㏊당 이산화탄소 7.89t을 흡수할 수 있어 여느 수종과 비교했을 때 탄소흡수와 저장능력이 우수하다.
붉가시나무가 군락을 이뤄 숲을 빼곡이 메우고 있다. 산림청 제공
이에 산림청은 기존 완도수목원을 국립난대수목원으로 재조성해 난대·아열대 권역의 산림유전자원 연구와 온난화에 대비한 유망 수종을 개발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산림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또 붉가시나무·황칠나무·구실잣밤나무 등 경제적 가치가 높은 수종을 발굴해 크고 곧은 나무로 개량, 산림자원으로써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난대림 조성을 통한 국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밑그림을 그린다.
산림청은 국립난대수목원이 향후 연구기관으로 기능하는 것 외에도 사계절 푸르고 온난한 기후를 오롯이 반영한 자연생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토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완도가 난대 숲과 다도해를 함께 즐기는 체험공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연국 산림청 수목원조성사업단장은 “국립난대수목원은 원시 상태의 난대숲을 온전히 간직해 보존 가치가 높다”며 “산림청은 미래 한반도의 산림을 이끌어 갈 국내 최대 난대식물원이 완도에 조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