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끝난 프랑스 정국 '시계제로'…마크롱, 좌파연합 총리후보 거부

프랑스 정계가 파리 올림픽을 이유로 잠정 휴전 상태였던 새 총리 지명 문제 등 정치 현안을 두고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원내 1당인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제시한 총리 후보를 거부하면서 시계제로 정국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며칠간 총리 지명 문제를 두고 주요 정파 지도부와 차례로 회담한 결과 "국가의 제도적 안정을 위해 (NFP) 선택지를 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총선에서 하원 1당이 된 NFP가 총리 후보자로 밀고 있는 루시 카스테트 현 파리시 재정국장 등용 카드를 최종 배제키로 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성명에는 "대통령은 NFP에 기반을 둔 정부는 의회 다른 모든 단체들의 불신임투표로 인해 즉각 무너질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앞서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RN)의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와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마크롱 대통령과 한시간가량 회동하며 좌파 총리가 취임할 경우 내각 불신임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전달한 것과 연계된다. 프랑스에서는 하원이 총리 등 내각에 대한 불신임 권한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총리 지명을 위해 정치 양극단 진영을 제외한 온건파를 중심으로 새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엘리제궁은 확인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7일 실시된 조기총선 2차 투표에서 어떤 정당도 단독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구성되며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원 1당을 차지한 좌파연합 NFP(182석)는 물론, 집권 르네상스당 중심의 범여권 앙상블과 RN을 포함한 극우진영도 각각 168석, 143석에 그치며 세 진영 모두 과반(577석 중 289석)을 넘기지 못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자칫 좌파 총리 취임으로 정국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파리 올림픽이 끝난 이후로 총리 임명을 비롯한 현안들을 모두 미뤘던 상황이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면서 더 이상 정치 현안을 뒤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국내 지지율이 20%대 중반에 불과한 상황에서, 새 총리 지명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한층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더욱이 프랑스는 조만간 내년도 예산안 의회 표결 등도 앞두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은 "프랑스가 여전히 정치적 난국에 빠져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외신은 "총선 후 7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새 정부가 구성되지 않고 있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좌파연합 후보를 새 총리로 지명하길 거부하면서, 좌파연합의 통치 야망이 좌절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FP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카스테트 국장을 총리로 지명하지 않는 한, 추가 회담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녹색당 대표인 시리엘 샤틀랭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X)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은 자신이 요구한 선거 결과를 존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좌파연합이 내세운) 루시 카스테트가 합법적 후보"라고 주장했다.

원내 1당인 NFP는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등 4개 정당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강경한 LFI측은 앞서 마크롱 대통령이 카스테트 국장을 총리로 지명하지 않을 경우 의회에서 대통령 해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공개된 프랑스 내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총리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사임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가 꼽혔다. 아탈 총리는 지지율 40%(복수응답)으로 총 35명의 후보군 중 1위를 기록했다. 이어 RN의 바르델라 대표(39%), 자비에 베르트당 전 장관(32%),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30%), 사임한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29%) 순이었다. 좌파연합이 총리 후보로 내세운 카스테트 국장의 경우 지지율 17%로 21위에 그쳤다.

국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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