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기자
경제전문가들이 오는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13회 연속'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고, 가계부채도 증가세를 보이자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은 다음 달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고, 한국은 오는 10월께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아시아경제가 국내외 은행·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와 증권사 연구원, 학계 등 경제 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18명(86%)이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당장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허지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환율 등을 감안해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 등으로 8월 동결이 예상된다"며 "집값이 안정을 보여야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부동산 가격 상승, 가계대출 증가, 환율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 빠른 시일 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며 동결을 전망했다.
우리 경제상황이 당장 기준금리를 내려서 대응해야 할 정도로 부진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금리 인하로 대응할 만큼 우리 경제상황이 부진하다고 판단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미국에 앞서 선제적으로 인하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화당국이 설정한 기준금리 인하 가능 영역에 진입하는 등 안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장기간에 걸친 고금리로 인한 경제 주체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데 따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이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점쳤다. 그는 "한은이 지난달 금통위를 통해 물가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한 데다 2분기 경제성장률로 내수 부진이 확인돼 금리 인하 시기를 8월로 앞당길 명분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진단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9월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미국의 실업률이 더 올라갈 경우 시장 소요 사태는 재점화될 것"이라며 "8월 동결 시 한국은행은 이에 대응할 수 없고 오는 10월까지 대기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어 8월 선제적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21인 중 20인(95%)이 9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측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하반기 들어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으므로 미국은 다음 달부터 분기 1회 정도의 느린 금리 인하 기조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9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며 "제조업지수 및 고용지표 부진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진 데다 주가하락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등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피로도로 인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디스인플레이션이 진전되고 있으며, 노동시장의 정상화도 감안해야 해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9월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 경기가 연착륙하고 있고 물가도 더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미국이 9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시점은 오는 10월로 보는 전문가들이 조사 대상 21명 중 14명(67%)으로 가장 많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먼저 이뤄져야 한국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다수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먼저 내리지 않았는데 우리가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힘들다"며 "미국이 9월에 내리면 우리는 오는 10월이나 11월께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 "한은에 대한 정책금리 인하 압력은 높은 편이나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를 고려해 8월은 동결할 것"이라며 "이후 9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상황을 보고 우리는 오는 10월께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횟수는 21명의 설문 대상자 중에서 1회를 예상한 사람이 11명(52%), 2회가 7명(33%)이었다. 내년에는 2회가 12명(57%)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횟수는 2회와 3회가 각각 9명(43%)이었다. 내년 인하 예상 횟수는 4회가 11명(52%)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