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석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공모가 거품 논란이 여전하다. 하반기 상장한 새내기 기업들 절반 이상이 공모가를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상장한 뱅크웨어글로벌은 공모가 1만6000원 대비 250원(1.56%) 하락한 1만5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만98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상승세를 지키지 못했다. 코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를 하회한 것이다. 뱅크웨어글로벌은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처음으로 공모가 하단을 기록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 기업의 희망 공모가는 1만6000~1만9000원이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155.74대1, 청약 경쟁률은 239.18대 1이었다.
뱅크웨어글로벌을 포함해 올해 하반기 상장한 기업들의 성적표는 좋지 못하다.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상장한 기업은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를 포함해 총 9개 종목이다. 이들 종목 중 공모가를 상회하고 있는 것은 시프트업, 산일전기, 아이빔테크놀로지가 유일하다.
공모가 대비 하락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이노스페이스다. 이노스페이스의 공모가는 수요예측에서 희망가(3만6400~4만3300원)의 상단으로 결정됐다. 국내외 2159개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 598.87대 1을 기록했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는 1150.72대1의 경쟁률을 보이면서 청약 증거금에만 약 8조2836억원이 몰렸다. 하지만 상장 첫날 3만4450원에 거래를 마치며 공모가를 하회했다. 특히 이달 12일에는 1만8650원을 기록하며 공모가 대비 57.71% 하락했다.
또 엑셀세라퓨틱스는 상장 첫날 공모가 1만원 대비 28.33% 하락한 8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어 12일에는 5970원을 기록하며 공모가 대비 40.30% 하락한 상태다. 이와 함께 피앤에스미캐닉스도 공모가 2만2000원 대비 34.14% 밀린 1만44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은 작년 6월26일부터 가격 변동 폭이 60~400%로 확대 적용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상장 첫날 주가 상승세가 높다 보니 시초가에 매도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상장한 종목들의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67.8% 상승했지만 하반기에는 95.49% 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는 124.07%에 달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부 종목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나타난 고평가 논란과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의 급격한 변화 등 여전히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과도한 관심 증가는 한정된 공모주 수량으로 인해 결국 과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오버 밸류 된 일부 공모주가 등장하고 이로 인해 공모주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던 경험을 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공모주 시장이 과열 상태에서 안정화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7월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상승률은 32.8%로 올해 가장 낮았다. 종가 수익률은 이보다 더 낮은 7.6%였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츠와 스펙 등을 제외한 7월 상장 기업들의 경우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종가 수익률은 낮다"며 "과거 첫날 주가 변동 폭 확대 이후 높았던 변동 폭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