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7일(현지시간) 반등 하루 만에 하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일부 완화되고, 일본은행(BOJ)이 금리 인상 중단 계획을 밝히며 장 초반 상승 출발했으나 여전한 불확실성이 투심을 짓눌렀다. 미 재무부의 10년물 국채 입찰이 흥행에 실패하며 국채 금리가 오른 것 증시에 큰 부담을 줬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 평균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4.21포인트(0.6%) 하락한 3만8763.45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0.53포인트(0.77%) 내린 5199.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71.05포인트(1.05%) 밀린 1만6195.8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뉴욕증시는 미 경기 침체 우려가 일부 완화되고, 일본은행(BOJ)이 금융 불안 시 금리 인상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상승 출발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미 재무부의 10년 만기 국채 입찰 수요가 부진한 것으로 확인된 이후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미 재무부는 420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미 국채 입찰에 나섰다. 하지만 수요 부진으로 입찰 금리는 당초 트레이더 전망치보다 0.03%포인트 높은 3.96%로 결정됐다. 잔여 국채를 인수하는 프라이머리 딜러 입찰 비중도 17.9%로 최근 평균보다 높았다. 이 비중이 높다는 건 국채 수요가 그만큼 부진하다는 의미다.
미 국채 입찰 부진 소식에 국채 금리가 상승하며 증시는 하락했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6bp(1bp=0.01%포인트) 상승한 3.94%에 거래되고 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 수준인 3.99%를 기록하고 있다.
알리안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찰리 리플리 선임 투자 전략가는 "지난 며칠 동안 상황이 다소 진정됐다는 안도감이 일부 있었다"면서도 "엔 캐리 트레이트 추가 청산과 지정학적 역풍 등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여전히 꽤 많다"고 진단했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글로벌 수석 전략가는 "시장을 매도의 폭포로 밀어 넣은 우려가 완화됐는지가 지금 남아 있는 의문"이라며 "8~9월 차분한 계절적 기간에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의 공포감은 일부 해소된 상태다. 미 경기 침체 우려가 과도하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BOJ도 당분간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는 이날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현 수준에서 금융 완화를 확실하게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리가 낮은 일본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BOJ가 단기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하면서 엔화 자금이 본국으로 속속 돌아가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리는 기폭제로 작용하자, BOJ가 직접 시장 불안을 진화하고 나선 것이다. 우치다 부총재의 발언 이후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전일 대비 1.19%, 코스피 지수는 1.83% 상승했다.
하지만 시장 심리가 워낙 위축돼 있고 불확실성 역시 커 작은 악재에도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엔 캐리 트레이드 추가 청산 암초도 남아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규모는 50~60% 수준이다.
종목별로는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5.08% 내렸다. 슈퍼마이크로 컴퓨터와 에어비앤비는 시장 예상을 하회하는 실적 발표 후 각각 20.14%, 13.38% 급락했다. 월트디즈니는 예상을 넘어서는 분기 실적 발표에도 4.46% 내렸다.
국제유가는 미국 원유 재고 감소 소식에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03달러(2.77%) 오른 배럴당 75.23달러,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1.85달러(2.42%) 상승한 78.33달러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