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주주서한…'사업재편으로 1조원 확보해 원전 투자'

두산에너빌리티·밥캣·로보틱스 주주 달래기
5일 임시주총 주주명부 확보 후 서한 발송

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을 두고 주주 권익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분할 등으로 확보하게 되는 1조원을 세계적으로 호황을 맞은 원전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주주서한에서 두산밥캣 분할로 차입금 7000억원을 줄이고, 비영업용 자산 처분으로 현금 5000억원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추가 차입 여력과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 여력이 발생해 생산설비 증설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체코를 포함해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영국 등의 신규 원전 수주를 기대하고 있으며,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대해서도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수주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도 각 사 대표이사 명의로 주주서한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사업 재편 방안과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3사는 5일 임시주주총회 참석 대상 주주 명부 확보 직후 주주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다.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는 인공지능(AI) 기반 무인화·자동화 트렌드가 사업 재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산로보틱스와 통합을 통해 무인화·자동화 기술 확보 및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캐터필러와 디어앤컴퍼니의 인수 사례를 언급하며 두산밥캣도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두산타워 외경 [사진제공=두산그룹]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두산밥캣과의 통합을 통해 북미와 유럽 시장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인프라를 활용해 로봇 판매를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자율주행 장비 시장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두산로보틱스가 전문 서비스 시장에서 글로벌 톱3 회사로 도약할 수 있다고 했다.

두산 관계자는 "각 사 비즈니스 밸류를 높여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깊은 고민과 검토 끝에 내놓은 사업 재편 방안인데 예상과 다른 시장 반응이 나와서 여러 경로로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안 가장 당사자인 주주들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이번 서한을 비롯해 주주들과 더욱 소통해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는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분할과 합병 및 포괄적 주식교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승인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후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에 합병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가 된다. 절차가 완료되면 ㈜두산의 두산밥캣 간접지분은 자금 투입 없이 14%에서 42%까지 올라 최대주주 지배력이 커진다.

두산그룹은 9월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두산그룹 그룹 사업구조 개편 방향성 [이미지출처=두산그룹]

<이하 두산 3사 주주서한 요약>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1조원 확보해 원전 사업 투자"

세계적 원자력 발전 호황을 맞아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음.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경쟁력 우위를 입증한 덕분에 폴란드, UAE, 사우디,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신규 원전 수주도 기대하고 있고 향후 5년간 체코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임.

미래성장동력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SMR(소형모듈원전) 사업도, 최근 AI를 위한 전력 수요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당사가 수립한 향후 5년간 62기 수주를 대폭 초과할 가능성 있음.

현재 계획된 수주는 회사의 원자력 주기기 제작 용량을 크게 웃도는 수준임. 그래서 향후 5년간 연 4기 이상의 대형원전 제작 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연 20기 규모의 SMR 제작 시설을 확충하는 목표를 수립했음. 신기술 확보 및 적시의 생산설비 증설을 위해 현금 확보와 더불어 추가 차입 여력 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임.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이런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에 좋은 방안임. 밥캣을 분할하면서 차입금이 7천억원 감소해 각종 재무지표(차입금 의존도, 이자보상배율)가 개선되며, 비영업용 자산 처분을 통해 5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음. 이를 통해 추가 차입 여력이 생기는 등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 여력이 발생하므로, 생산설비 증설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음.

밥캣 분할 시 배당수익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배당수익은 밥캣의 영업실적에 따라 매년 변동할 수밖에 없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투자재원에도 한참 부족한 수준임. 반면,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확보하는 재원 1조원을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할 경우 배당수익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률로 인해 더 많은 이익 창출이 가능하고 성장도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자신 있게 말씀드림.

분할 비율과 관련한 불만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 그러나 이는 합병 후 에너빌리티 주식 수 감소에 따른 주가 상승 동력을 일각에서 지나치게 저평가했기 때문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조심스러우나 주가는 기업가치와 주식 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분할 시 에너빌리티 주식 수는 25% 감소하는 반면 기업가치는 10%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함. 따라서 재상장 시점의 에너빌리티 주당 가치는 두 비율의 차이만큼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며, 투자재원 확보를 통한 추가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분할 후 회사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주시기 바람.

웨스팅하우스 노형과도 협력 예정인 원자력 스팀터빈, 뉴스케일 테라파워 롤스로이스와도 사업 논의 중인 SMR용 스팀터빈, 2038년까지 총 105기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스터빈, 선진 회사들보다 빠른 진행을 보이는 수소터빈 등 원전 외 분야에서도 사업 기회를 확대하면서 클린에너지 종합기업으로서 제2의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음.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견에 따라 최종 결정될 것임. 이번 사업구조 개편이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성장을 동시에 충족할 좋은 기회라고 믿고 있음. 미래 성장 모습을 고려해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림.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무인화·자동화 기술 강화"

당사의 주력 사업영역인 건설, 조경, 농업, 물류 분야의 소형 장비 사업에도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무인화/자동화 트렌드가 명확히 나타나고 있음.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노동인력 부족과 인건비의 급속한 상승, 안전 규제 강화 등이 메가트렌드가 되면서 ‘인간 노동력에 대한 대체’는 더욱 중요한 기술적 과제가 되었고 경쟁력 있는 무인화/자동화 기술 확보가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에 필수 요소가 될 것임. 이를 위해 당사를 비롯한 선도 업체들은 미래 기술개발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로보틱스회사들과의 협력 또는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음. 건설장비 분야 글로벌 1위 업체인 캐터필러는 2020년 마블로봇을 인수했고, 농업 장비 글로벌 1위 업체인 디어앤컴퍼니는 페어 플래그 로보틱스를 2021년에 인수했음.

당사 또한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과의 기술적 협력을 통해 무인화/자동화 기술확보를 위해 노력해 오던 중 두산로보틱스와의 통합이 효과적 방안이라 판단했음.

산업용 자율주행 장비 시장은 노동력 부족, 인건비 상승, 인공지능 기술 발전 등에 따라 2031년 80조원 규모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됨. 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기존 제품들의 로봇화(Robotization)가 필수적임. 비전인식, 디지털 트윈, 딥러닝, 정밀제어 등 많은 요소 기술들의 확보가 요구됨. 두산로보틱스는 이런 로봇화 관련 강력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

양사 공통 영역인 인공지능 및 무인화/자동화 요소기술 확보를 위해 관련 선도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인수합병, 제휴 등을 공격적으로 추진해 기술확보를 가속할 것임. 이외 추가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전문용 서비스 로봇 시장을 선점하고자 함.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당사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은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교환되는데 이 주식은 주식교환 이전의 두산로보틱스가 아니라 당사와 두산로보틱스가 실질적, 경제적으로 결합한 통합법인의 주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음. 일각에서는 두산로보틱스 이름의 주식으로 교환된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통합법인의 ‘실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림. 양사는 주식교환 완료 이후 신속히 합병해 하나의 회사로 운영될 예정임.

당사는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 이외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하게 되는 자사주를 전부 소각할 예정으로, 이는 통합법인의 주식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임. 또한 통합법인은 당사가 현재까지 실시해 온 배당정책을 승계해 향후 배당 규모를 유지하고 통합법인의 사업적 성과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밸류업’ 방안을 펴나갈 것임.

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를 나타내는 주가는 시장 참여자들의 회사가치에 대한 독립적 판단을 근거로 상당 기간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됨. 따라서 법에서도 상장법인 간 포괄적 주식교환(합병 포함) 시 시가 대 시가로만 교환 비율을 산정하게 되어 있음. “양사의 교환 가액인 두산로보틱스 80,114원, 두산밥캣 50,612원은 두 회사의 2024년 평균주가(두산로보틱스 80,564원, 두산밥캣 51,041원)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음.

구조 개편 발표 이후 주주 여러분과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던 점 다시 한번 사과 드림. 주주 여러분들에 의해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이번 두산로보틱스와의 통합 방안은 당사의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만큼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성장을 동시에 충족할 좋은 기회라고 믿음. 현명한 의사결정을 간곡히 부탁드림.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밥캣의 북미·유럽 시장 네트워크 활용해 로봇 판매 확대"

두산밥캣과의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상장 때 계획한 사업 성장을 가속할 수 있을 것임.

로봇의 최대 시장인 북미/유럽 시장에서 압도적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두산밥캣과 통합하면 최대 로봇 시장에서 고객에 대한 접점이 현재 대비 약 3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함.

로봇 판매의 최대 수요 기회인 제조 물류 시장에서는 두산밥캣의 지게차와 즉시 공동 판매가 가능해짐. 더 나아가 시장 규모 약 10조 이상인 자율주행 로봇과 자율주행 무인 지게차에 공동으로 진출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음.

최근 로봇 수요는 전통적인 공장에서 벗어나 전문서비스(건설, 물류, 농업, 의료 등)로 확대 발전하고 있음. 전문서비스 시장에 특화된 협동로봇의 강자인 두산로보틱스와 건설, 물류, 농업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업력 갖춘 두산밥캣이 결합하면 선점 업체가 없는 전문서비스 시장에서 단번에 압도적 리더로 도약, 글로벌 탑3 회사로 자리매김할 기회라고 판단함.

이러한 양사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두산로보틱스는 상장 시점에 제시한 3년 뒤 매출 목표 대비 50%의 추가 성장을 목표로 하면서 5년 내 매출 1조원 이상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함.

회사의 현재 매출과 이익 규모만을 근거로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의 회사 가치는 과거/현재 실적 외 미래 잠재성, 기술력 등 다양한 근거에 기반함. 당사는 최근 3년간 매년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며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있으며, 7월 11일 이전에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로 11만2,000원을 제시하기도 했음.

두산밥캣과의 통합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회사의 더 빠른 성장을 통해 주주 이익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음.

두산그룹 인적분할합병 및 포괄적 주식교환 절차 [이미지출처=두산그룹]

산업IT부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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