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쏟아지면 와이퍼도 무용지물…폭우때 운전대 잡지 마세요

와이퍼, 차량 센서도 '무용지물' 전락
빗길 뚫고 운전하다 실종되는 사고도

9일부터 10일 아침 사이 전국에 비바람이 휘몰아쳤다. 일부 지방에선 물이 범람하는가 하면, 빗길을 뚫고 운전하던 택배 노동자가 실종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 극심한 폭우 상황에서 운전하면 치사율이 갑절 이상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SBS는 모의실험을 통해 빗길 운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측정했다. 방송은 인공 비, 인공 안개를 연출할 수 있는 실험 터널에서 주행하는 방식으로 빗길과 유사한 환경을 재현했다.

시간당 50㎜ 비가 내리는 환경에서 시계는 크게 제한된다. [이미지출처=SBS 방송 캡처]

첫 번째 실험은 시간당 20㎜, 50㎜의 비가 내리는 상황이었다. 차가 주행하면서 와이퍼를 작동하자, 20㎜였을 때는 제법 잘 닦이던 차창이 50㎜일 땐 무용지물이 된다. 와이퍼가 물기를 닦는 속도보다 앞 유리에 물이 차는 속도가 더 빨라진 탓이다. 즉, 시간당 30㎜의 비가 내리는 집중호우 상황에선 와이퍼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폭우가 내리는 상황에는 단순히 빗물만 거세지지 않는다. 바람도 더 강하게 불며, 실제 도로에선 앞·뒤에 다른 차량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 설상가상으로 차선 이탈 경보 센서가 먹통이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박원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전임연구원은 방송에 "도로에 물이 고이는 수막 현상 때문에 차선 도로의 반사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운전자도 차선을 잘 볼 수 없게 되고, 전방 차량이 잘 안 보이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9일 오후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소하천에서 소방구조대가 폭우에 실종된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빗길에서 벌어지는 교통사고는 사망 확률도 현저히 높다. SBS에 따르면 빗길 교통사고 100건당 2.01명이 숨졌는데, 맑은 날 교통사고 사망자 대비 1.5배 더 높았다. 교통사고의 경우 사망자는 9.14명으로 치사율이 4 .5배 치솟았다.

한편 이날 빗길을 뚫고 운전하던 택배 운전자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5시 12분께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소하천인 부기천에서 40대 여성 A씨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찰이 남겨진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조사한 결과, 운전 중이었던 A씨는 차가 물에 잠기자 차량 밖에 나와 잠시 서 있는 사이 급류에 휘말린 것으로 파악됐다.

최초 신고자는 A씨의 직장 동료인 B씨로, 그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배달을 못 하겠다는 연락을 끝으로 (A씨와의)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사고가 벌어진 경산 일대는 지난 8일 밤부터 전날 정오까지 일부 지역에 180㎜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일부 국도가 침수돼 차량 전면 통제가 이뤄졌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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