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다연기자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폐기물은 코로나19 이후 간편식과 배달음식 등의 소비가 늘며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보고서 따르면 우리나라 플라스틱 폐기물 총량은 2021년 기준 1193만t에 달한다. 특히 식음료 플라스틱 포장재 등을 포함한 생활계 플라스틱폐기물은 468만2000t으로 2010년보다 2.6배 늘어났다. 리필리는 이런 ‘플라스틱 포화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패키지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10일 김재원 리필리 대표는 "세상의 수많은 플라스틱을 종이팩으로 대체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리필리는 우유·두유 등 식음료 용도로만 사용됐던 종이팩을 다양한 품목의 포장재로 쓸 수 있게 만들었다. 현재는 샴푸, 주방세제, 바디워시 등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종이팩으로 담아내고 있다.
김 대표는 과거 탄소배출권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며 친환경 패킹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단순히 돈을 잘 버는 것만이 아니라 환경이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스틱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종이팩 시장 규모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친환경 패키징 시장 규모는 42조원으로 추산되며 연평균 약 8.7%의 성장률을 보인다.
김 대표가 2020년 창업한 리필리는 지금까지 약 3만5000개의 종이팩을 생산했다. 500㎖ 페트병 생산과 폐기 시에는 약 111g의 탄소 배출량이 발생하지만 같은 크기의 종이팩에서는 37g 정도의 탄소배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7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플라스틱보다 18% 정도 원가도 저렴해 경쟁력도 생긴다. 리필리는 오뚜기, 유한킴벌리 등과 협업하며 기업간거래(B2B)를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종이팩 솔루션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과 보관성이다. 예민한 소재인 종이는 접합이 1%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찢어지고 내용물이 새어 나오게 된다. 리필리는 5000번이 넘는 테스트를 거쳐 초음파 접합 방식으로 종이팩 패키징을 만들 수 있는 기계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종이팩을 한 꺼풀씩 뜯으면서 세제나 샴푸로 연구하며 데이터를 쌓았다"며 "리필리의 방식으로는 열 접합 방식으로 제작되는 기존 상용화된 종이팩보다 약 80% 전기 비용을 줄이고 20% 더 빠른 속도로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필리의 제품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KOTITI 시험연구원에서 상용화 및 안전 판매에 대한 인증을 마쳤다.
지난 8일에는 자체 브랜드 ‘헤이밀리’를 출시했다. 불필요한 첨가물을 빼고 친환경적인 성분으로 주방세제, 반려동물 식기 세정제 등 위생용품을 제작하고 종이팩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쌀, 백미 등 국산 농산물을 담은 제품도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리필리는 올해 5억의 매출액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억원의 매출에서 5배 성장을 기대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수출도 계획 중이다.
국내 최초로 종이팩 패키징의 상용화를 시작한 만큼 아직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도 있다. 김 대표는 "종이팩은 그동안 식음료용으로만 사용돼왔기에 소비자들이 세제 등을 식품으로 오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인지를 높이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서 종이팩의 기능을 알리려고 한다"고 했다. 종이팩에 대한 규정과 법도 거의 없어 환경부 등과 소통하며 관련 내용도 정리해나가고 있다.
리필리는 종이팩을 생활용품을 넘어 다양한 품목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페인트나 물감 등 액상 형태는 모두 생산이 가능하고 앞으로는 분말 가루, 알약 등 의약용품 등까지도 종이팩에 담아내고 싶다"며 "현재 전 세계에서 포장재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30%를 대체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도전해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