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꼽히는 칠레 사막에서 한겨울에 개화가 관찰돼 눈길을 끌고 있다. 8일(현지시간) 칠레 매체인 라테르세라는 "칠레 북부 안데스산맥 서쪽에 자리한 아타카마 사막에 최근 며칠 새 형형색색의 꽃이 피었다"고 보도했다. 아타카마 사막의 개화는 대개 5∼7년에 한 번씩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보통 남반구의 봄인 9월부터 10월 중순 사이에 드넓은 꽃밭이 펼쳐진다.
아타카마 사막을 수놓은 꽃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올해는 한겨울에 해당하는 7월에 전후로 개화가 이뤄졌고 현재는 꽃들이 사막을 수놓았다. 이처럼 혹독한 환경을 딛고 개화하는 것은 지난 2015년 4∼5월 이후 9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21년에도 6월에 꽃이 관찰된 적은 있으나, 일부 지역에 국지적인 형태로 소규모로 피어났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 메마른 사막에서의 개화는 보통 엘니뇨 등으로 예년보다 비가 많이 오는 해에 목격된다. 이번 개화에 대해 세사르 피사로 칠레산림공단(CONAF) 내 아타카마 생물다양성보존팀장은 "가을부터 시작된 비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6주 안에 아타카마 사막에 최소 15㎜의 강우량이 예상된다"며 "7∼8월이면 '꽃 피는 사막 현상'(데시에르토 플로리도)을 완전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지난달 칠레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칠레 국가재난예방대응청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사흘간 칠레 중부엔 최대 350㎜의 강우량이 기록됐는데, 이는 2023년 한 해 동안 내린 비의 양보다 많다. 칠레 기상청은 수도 산티아고에 오는 14일까지 평년 6월 한 달 강우량에 해당하는 80㎜ 안팎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칠레 정부는 16개 주 가운데 5개 주에 최고 수준의 재난 경보를 내린 상태다.
아타카마 사막은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중 하나로, 일부 지역은 500년 넘게 비가 내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무지처럼 보이지만 전 세계 구리의 3분의 1이 생산되는 칠레 구리 생산의 중심지이자 관광 명소다. 이곳의 지방자치단체는 20세기 후반부터 자체 법령과 규정 등으로 아타카마 사막 개화 시 꽃을 꺾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등 '꽃 피는 사막 현상'을 보전하고 있다. 칠레 중앙정부 역시 200종 이상의 꽃과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2023년 7월 국립공원을 조성해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