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민기자
7·23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8일 당의 화합과 건강한 당정 관계를 강조하는 한편 자신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 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경원·윤상현·원희룡·한동훈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호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후보는 당이 반성해야 한다며 '썩은 기득권 폭파'를 내세웠고, 한 후보는 호남을 시작으로 국민의힘 정치를 우상향시키고, 이 전 대표와 맞설 수 있는 후보라고 자임했다.
나 후보는 원 후보와 한 후보에 대해 줄 세우기 정치를 한다며 이 전 대표를 퇴출시킬 당대표 후보라고 자신했다. 원 후보는 대통령과 당을 쇄신하고 화합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당대표 후보 중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윤 후보는 "우리 당은 당규상 이번 총선에서 호남의 당원 여러분께 국회의원 비례순번 20위권 안에 5명의 후보를 배정해야 했다"며 "하지만 사실상 지키지 않았다. 여러분께서 누리셔야 할 당연한 권리를 빼앗은 것이다. 여러분의 선의를 이용만 하고,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지난 총선을 지휘했던 한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윤 후보는 또 지난 총선에서의 참패에 대해 "뺄셈 정치를 경고하고 수도권 위기론을 얘기하며 대책을 세우라고 지도부에 촉구했다. 그런데 당은 비겁하게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책임을 묻는 사람도,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었다"며 "총선에서 패배한 지 80일이 지나도록 백서 하나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보수가 언제부터 이렇게 비겁했단 말이냐"고 거듭 한 후보를 겨냥했다. 특히 "여러분께 줄을 세우는 것은 썩은 기득권이다. 그것은 수도권은 병들게 하고, 호남을 망치게 하는 절대악이다"라며 계파정치와 기득권을 폭파하겠다고 역설했다.
가치정당을 위해 시도당에 정치아카데미를 상설화시켜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여의도연구원을 구조개혁하겠다는 게 윤 후보의 공약이다. 이념적 좌표, 정책을 마련해 모든 당원이 학습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에 대응하는 민생위원회를 출범시켜 민생을 챙기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민원국·약자위원회·쓴소리 위원회를 신설해 민생정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광주에 국민의힘 제2당사를 신설하고 매주 월요일 호남 지역 현장을 돌겠다는 공약도 소개했다.
'변화', '시작'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한 후보는 이날도 호남을 시작으로 국민의힘 정치를 우상향시키겠다며 호남의 당차원의 첫 청년정치학교 호남 신설, 호남·제주의 민생·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장을 방문, 정책 중심으로 여의도연구원 재편 등을 공약했다. 우선 청년 보수가 태동하고 있는 호남지역을 위해 국민의힘 첫 청년정치학교를 호남에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후보는 "호남과 제주에서 정책을 제안해주신 분들 중 절반이 넘는 53%가 20대 이하였다. 다른 지역과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며 "호남 보수의 수가 많진 않지만, 대단히 젊다. 호남 보수는 젊은 보수다. 저는 이 지점에서 호남 보수가 다시 일어설 희망을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호남과 제주의 역사를 챙기는 데서 나아가 호남과 제주의 민생을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언급했다. 한 후보는 호남·제주의 민생·산업 현장 방문을 약속한 후 "고금리 고물가 파고 속에 하루하루 버텨내는 호남과 제주의 동료 시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우상향시키겠다"고 역설했다. 또한 유능한 정당을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정책 중심으로 재편해 정책과 전략에서 당과 민간 사이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게 한 후보의 구상이다. 특히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일당백으로 싸울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점도 공약했다. 한 후보는 "제가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 정치인은 절대 웰빙 안 하겠다. 이제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웰빙하게 하자"고 강조했다.
자신을 둘러싸고 친윤계의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가 된다면 우리 국민의힘에는 오직 한 계파만 있을 것이다. 바로 '친국'이다. '친국가', '친국민', '친국민의힘' 만이 있을 것"이라고 당의 단결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를 이렇게 쓰고 버리기에는 100일 짧았다, 너라면 폭주하는 이재명 막을 수 있을 거다"며 "잘 보셨다. 제가 그렇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후보는 전당대회 국면에서 친윤계와 한 후보, 원 후보와 한 후보의 갈등을 지적하며 모두를 비판하며 자신이 당대표로 적임이라고 자임했다. 나 후보는 "국민의힘이 못난 모습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이길 수 있겠나. 우리끼리 싸우고 갈라치고, 줄 세우고 줄 서고,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망하는 전당대회인가, 흥하는 전당대회인가. 갈라치기 전당대회인가, 하나 되는 전당대회인가. 나경원은 국민의힘을 하나로 하겠다"며 "사사건건 충돌하는 당 대표, 눈치 보고 끌려다니는 당 대표로는 안 된다"며 "나경원이 대통령 잘하는 것은 팍팍 밀어드리고, 대통령이 민심과 멀어지면 쓴소리 거침없이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서도 "민주당이 짜놓은 프레임에 갇혀 보여주기, 쇼잉이나 해서 질질 끌려다닌다면 한없이 끌려다닌다"며 "민주당의 호남 가스라이팅, 그 실체를 낱낱이 밝히겠다. 제가 민주당의 호남 착취를 완전히 끝내겠다"며 "호남 경제를 발전시키고, 호남 주민들 행복하게 해드려서 선택받겠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나 후보는 "의회 장악해서 폭주하는 민주당, 대한민국 전체를 집어삼켜서 우리 자유민주주의 무너뜨리고 대통령 탄핵시키고 좌파 독재 할까봐 무섭지 않느냐. 대한민국 헌정질서가 붕괴 직전"이라며 "지금 우리 당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일단 이재명부터 잡아야 하지 않겠나. 제가 조국 전 장관을 끌어내린 장본인이다. 이 전 대표를 기필코 우리 정치권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원 후보는 대통령과 당에 '전면 재시공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자신이 당정 팀워크로 국민의 신뢰를 찾을 후보라고 자임했다. 원 후보는 2022년 1월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건 이후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정책본부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시공사와 입주 예정자의 갈등을 해결한 경험을 언급한 후 "최고의 팀워크로 국민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 진짜 정치 아니냐"며 "이대로 가면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 대통령도 바뀌고 당도 바뀌어야 한다"고 전면 재시공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당대표 후보 1강으로 꼽히는 한 후보에는 더욱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과 갈등설이 불거졌던 한 후보를 겨냥해 "최악은 우리 내부에서 싸우는 것이다. 우리끼리 싸우는 순간 국민들에 버림받는다"며 "지금 필요한 당대표는 모든 것을 헤쳐온 오랜 경험과 대통령과의 소통으로 당정이 함께 민생을 살리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 후보는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해도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며 "아직 팀의 정체성을 익히지 못하고 팀의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대표를 맡겨서 실험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저는 윤석열 정부의 부족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잘못된 것은 밤을 새워서라도 대통령과 토론하고, 또 설득하겠습니다. 반드시 함께 바뀌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