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의심' 동료 대화 몰래 녹음한 보호시설 직원 '유죄'

대전고등법원, 항소 기각…징역 8월·집유 2년
피해자 "노조 탈퇴에 앙심 품고 녹음" 주장

동료의 아동학대를 의심해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아동보호시설 직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전고등법원 3형사부(김병식 부장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A씨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7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자격정지 1년도 함께 명령했다.

대전고등법원. 사진=대전고법 공식홈페이지 캡처

충남 아산의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근무한 A씨는 지난해 7월 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신의 휴대전화기 녹음기능을 켜놓은 채 자기 가방에 넣어둬 직장 동료들의 사적인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한 직원의 아동학대가 의심돼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불법 녹음 피해자들은 당시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탈퇴하자 조합원인 A씨가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A씨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탄원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러므로 녹음자 본인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면 불법이다. 이러한 경우 같은 법 제15조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할 수 있다. 만약 녹음자가 자신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녹음한 내용을 대화 참여자의 동의 없이 유포하면 같은 법 제16조로 처벌할 수 있다. 재판부는 A씨가 해당 시설에서 이전에도 한 차례 불법 녹음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녹음행위 동기가 될 정도의 아동학대를 의심할 만한 객관적 자료나 정황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양형을 감경할 만한 범행 동기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기에, 형이 무겁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동료들이 업무 분장을 놓고 다투는 것을 몰래 녹음해 직장 상사에게 전달한 40대 여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지난 4월28일 울산지법 형사12부(김종혁 부장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울산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한 B씨는 지난해 10월 접수대에서 선배·동료 간호사 등이 독감 예방 주사 업무 주체를 두고 논쟁하는 것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몰래 녹음한 후 간호부장에게 전송했다. 이로 인해 부장이 간호사들 간의 대화 내용을 알게 되면서 일부 직원은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재판부는 "다른 사람들 대화를 몰래 녹음해 누설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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