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실증단계' 시작된 K로봇
제조, 물류 등 현장 투입 시작
CES에 56평 규모 韓 최초 로봇관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이 내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2025에 생산모델을 대거 선보이고 생산 공정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협업 시연을 처음 공개한다. 제조 현장에서 휴머노이드를 실전 배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와 로봇 업계가 협력한 '휴머노이드 MAX(맥스) 얼라이언스'는 이번 CES에서 처음으로 '휴머노이드 공동관(K-HEROID)'을 구성한다. 전시관은 20부스 규모다. 이곳에서 에이로봇을 비롯한 휴머노이드 플랫폼, 인공지능(AI), 부품사 등 10개 기업이 직접 참여해 한국의 휴머노이드 생태계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국내에서 생산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증 단계(POC)'에 들어섰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에이로봇은 자사 로봇인 '앨리스4'와 '앨리스M1'가 공정을 분담하며 연속 동작을 수행하는 실증 시연을 선보인다. 한 로봇이 물건을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꺼내 다른 선반으로 올려두면 또 다른 로봇이 그 물건을 옮겨서 다른 곳에 가져다 두는 등 실제 공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방식이다. 또 다른 참여기업인 로브로스는 자사 로봇 '이그리스(IGRIS)-C'를 전시해 보행하고 관람객과 소통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현장 투입을 통해 생산성을 확인하고 있다. 에이로봇은 HD현대중공업 생산현장 투입을 목표로 휴머노이드 '앨리스' 공급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이미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공장과 포스코이앤씨 건설현장 두 곳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실증 절차를 밟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삼성디스플레이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레이저 장비 내 렌즈 교체 작업을 수행하고 CJ대한통운 공장에서는 피킹 분류 검수 포장 등을 처리한다. 로브로스는 LG전자 가전 공장에서 조립·운송 공정을 보조하고 홀리데이로보틱스는 SK에너지 공장에서 석유화학 제품 검사와 운송 실증을 진행한다.
한재권 에이로봇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이제는 K로봇이 돈을 번다"며 "쇼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직접 산업 현장에 들어가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아직은 한국이 로봇 분야에서 3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부품사인 에이딘로보틱스(로봇핸드), 테솔로(로봇핸드), 패러데이다이나믹스(서보모터), SBB테크(하모닉 감속기) 등도 자사 부품들을 선보인다. SBB테크 관계자는 "한국 회사도 휴머노이드 로봇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들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 계획"이라며 "이미 개발 단계를 넘어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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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국과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선도하고 있다.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짓'은 지난해 6월 조지아주 애틀랜타 물류센터에 투입돼 세계 최초로 공장에서 실제 작업에 나섰다. 테슬라는 자사 오스틴 공장에 '옵티머스'를 투입해 시범 운용 중이며 내년부터 대량 생산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게 목표다. 피규어AI도 BMW 공장에 '피규어 02'를 테스트 도입 중이다. 중국에선 유비테크가 '워커S'를 비야디(BYD), 아우디, 폭스콘 등 제조·물류 현장에 공급하며 500여대 계약을 확보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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