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바이든의 추락, 커지는 美 대선 리스크

"2020년 바이든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이 '플랜B'를 원한다".

6일 자 뉴욕타임스(NYT)는 1면 헤드라인을 통해 사실상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출마 포기를 또 한 번 촉구했다. 전날엔 "기부자들은 바이든이 선거에서 사퇴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5일 자), 이틀 전엔 "토론 후폭풍으로 트럼프 우위가 확대되면서 바이든이 미래를 저울질하고 있다"(4일 자)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미국 대표 진보 언론인 NYT는 지난달 27일 열린 첫 대선 TV 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에게 연일 사퇴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기 어렵다는 미국 진보 진영의 위기 의식은 그만큼 크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TV 토론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든 바이든 대통령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로 국면 전환을 노렸다. 후보 교체론 등 토론 후폭풍을 진화하고 지지층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그의 고령 리스크를 불식하기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뷰 내내 다리를 꼬고 앉아 중간중간 미소를 지어 보이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토론 때처럼 쉰 목소리는 여전했고 간간이 지쳐 보이는 표정 역시 감출 수 없었다. 대선 승리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당 지지층을 설득할 만한 '한 방'은 찾기 어려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설을 일축하며 대선 레이스 완주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일각에선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민주당 소속 연방하원의원 중 공개적으로 불출마를 요구하는 의원은 벌써 5명으로 늘었다. 선거 자금을 기부하는 '큰손' 일부도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 결과도 바이든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지난 3일 NYT와 시에나대 조사에 따르면 TV 토론 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1%로 트럼프 전 대통령(49%)에게 8%포인트 밀렸다. 토론 이전엔 바이든 대통령이 6%포인트 차로 뒤처졌으나, 토론 졸전 이후 지지율 격차가 더 커졌다.

진보 진영에선 이미 대체 후보 물색에 나섰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꼽힌다. 부통령치고 존재감은 약하지만 대체 후보군 중 인지도가 높은 편이고, 바이든 캠프의 선거자금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어서다. 흑인 등 유색인종과 여성의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선 지지율이 각각 45%, 47%로 2%포인트 밀린다(CNN 방송 조사).

이처럼 미국 대선판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글로벌 정치,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TV 토론 참패와 민주당의 내홍으로 '트럼프 2.0'이 현실화할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시장은 토론 직후 '트럼프 탠트럼(tantrum·발작)'을 일으켰다. 관세 인상, 이민 억제 등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해 미 국채 금리가 치솟은 것이다. '트럼프 리스크'는 우리 역시 피해 가기 어렵다. 트럼프 2기 도래 시 한미관계는 가치동맹 기반에서 철저한 '기브 앤드 테이크' 중심으로 전환이 예상된다.

미국은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북핵 협상에서도 한미 공조보다는 북한과 직접 담판을 지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가치동맹에 기반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로 자리 잡고, 미·중 첨단기술 전쟁 한복판에서 반도체 핵심 공급망으로 전략적 중요성을 확고히 한 지금의 우리 포지션과는 큰 차이가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할 새로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경제·안보 전략에서 어느 정도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미 대선 결과에 흔들리지 않을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대미 전략 수립이 시급한 때다.

국제부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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