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세계 최대 은행 JP모건에서 올해 폭락장을 예고하며 고객들에게 주식 매수를 경고해 온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시장 수석 전략가(사진)가 사임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콜라노비치 전략가는 현재 월가에서 얼마 남지 않은 대표 비관론자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S&P500지수의 2024년 연말 목표주가를 4200으로 제시한 이후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S&P500지수는 인공지능(AI) 열풍,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에 따라 수십 차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3일에도 0.5% 상승해 5537을 기록했다. 연중 상승 폭은 16.75%에 이른다.
콜라노비치 전략가는 지난 3월 고객 투자자들에게 “현재 증시 상승세가 1990년대 후반 닷컴 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열풍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증시에서 금리 인하 지연이 강조됐던 4월에 3주간 이어진 조정을 두고서는 “매도세의 시작”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5월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이자 포트폴리오가 타격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고금리, 고물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주식을 매수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지난달엔 엔비디아 등 몇몇 대형주 위주로 시장이 상승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불길한 신호였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연말 S&P 500지수 목표치를 5200 밑으로 예측하는 주요 금융사는 JP모건이 유일하다.
콜라노비치가 이끄는 JP모건이 비관론을 고수하는 사이 월가의 다른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말 S&P 500 목표지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에버코어ISI는 지난달 기존 4750에서 6000으로 대폭 올려 눈길을 끌었다. 시티그룹은 6000으로 골드만삭스, UBS는 각 5600으로 올렸다.
월가의 또 다른 비관론자로 알려진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 투자책임자(CIO)도 ‘황소’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는 내년 2분기 S&P 500지수 목표치를 54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콜라노비치는 과거 정확한 시장 예측으로 ‘간달프(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현명한 마법사)’ ‘시장을 움직이는 남자’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는 또 팬데믹 공포로 시장이 무너지던 시기 증시 반등을 정확히 예측하기도 했다.
콜라노비치는 사내 메모에서 “다른 기회를 찾으려 한다”며 떠났고 주요 외신의 논평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JP모건의 글로벌 시장 수석 전략가 자리는 두브라브코 라코스-부하스 글로벌 증시 수석 전략가가 이어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