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퇴출에 사기의혹까지…'대륙의 엔비디아' 날개없는 추락

'엔비디아의 도전자' 中 쭤장과기
성능 동급 DPU 개발 자랑했지만
판매량 저조했던 것으로 드러나

한때 '엔비디아의 도전자'라 불리며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희망으로 여겨졌던 쭤장과기(左江科技·Beijing Zuojiang Technology)'가 증시에서 상장 폐지되는 굴욕을 맞이했다. 이 회사는 최근 금융 사기 의혹으로 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현지시간) 쭤장과기가 오는 7월26일부터 선전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실적 보고에 대한 투명한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으며, 결국 선전 증시에서 퇴출 결정됐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올해 초 쭤장과기를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제출한 재무제표가 사실상 "심각하게 허위"이며 "금융 사기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당국 발표 후 쭤장과기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한때 주당 300위안(41.26달러)에 달했던 주가는 지난 4월 6.94위안으로 추락했고, 이후엔 거래가 중단됐다.

쭤장과기는 2022년부터 이미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에도 선전 증권거래소는 회사에 매출 급감 및 영업 손실 확대에 대한 이유를 소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후 쭤장과기는 1년 사이 순손실을 2670% 줄였다는 연례 보고서를 내놨지만, 선전 거래소는 쭤장과기 종목에 '특별관리종목'(ST) 경고를 붙였다. ST가 붙은 종목은 기업의 재무상에 위험이 있으므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후엔 중국 금융 당국에 '금융 사기' 딱지가 붙으면서 사실상 막다른 길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쭤장과기는 한때 '중국판 엔비디아'로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기업이다. 이 회사는 로직 반도체의 일종인 데이터처리장치(DPU) 개발에 특화됐다. DPU는 AI 구동의 필수인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CPU), 메모리 디바이스 사이의 데이터 흐름을 최적화해 서버를 효율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쭤장과기는 자체 개발한 NE6000 DPU가 엔비디아의 DPU 제품인 블루필드-2 성능과 동급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 조사 결과 실제 판매량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NE6000은 지난해 달랑 400대 팔렸는데, 그마저도 제품을 구입한 고객사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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