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길을 걷다가 채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를 무심코 버려 타인의 차량을 불타게 한 고교생이 경찰에 형사 입건됐다.
21일 경기 용인서부경찰서는 실화 혐의로 고교생 A군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A군은 지난달 17일 오후 9시50분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한 건물 근처 하수구에 불이 붙은 담배꽁초를 버려 인근 건물 필로티 주차장에 있던 셀토스 차량이 불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군이 하수구에 버린 담배꽁초에 남은 불씨가 인근 낙엽 등에 붙으면서 불길이 커져 결국 해당 차량에까지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 인근 한 빗물받이에 담배꽁초와 쓰레기 등이 쌓여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차량에 발생한 불은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꺼졌으나 해당 차량은 범퍼가 녹는 등 화재로 훼손돼 200만원가량의 재산 피해를 봤다. 차주 B씨 측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확인 등으로 A군을 용의자로 특정해 이달 A군과 부모를 불러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등 조사에 나섰다.
B씨는 화재 다음 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올리면서 "행인 3명이 걸어가던 중 1명이 담배꽁초를 버렸는데 불이 난 것 같다"며 "인근 원룸과 오피스텔까지 불길이 번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제 차 블랙박스에는 충격 감지가 되지 않아 당장 범인을 특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누리꾼들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은 "타지역에 거주 중인 A군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놀러 왔다가 담배꽁초를 버리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A군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하수구 화재 사진[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한편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담배꽁초 때문에 하수구에 불나서 119 신고함'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글 작성자는 "담배꽁초 버리지 마라. 하수구에서 불타고 있네. 라멘 먹으러 가는 거 멈추고 119 신고하고 대기 중이다"라며 하수구 아래에서 새빨간 불길이 치솟고 있는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흡연자들 진짜 담배꽁초 처리 잘해야 한다", "와 하수구에 버리는 건 진짜 정신없는 거 아니냐", "하수관에 메탄 많으면 폭발하는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나도 예전에 저런 적 있다. 바닥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길래 봤더니 불이었다. 옆 상가 주인한테 말해서 급한 대로 물 붓고 다른 사람이 또 어디 가서 소화기 가져와서 껐는데 한참 걸리더라"라는 의견을 남겼다.
하수구에 담배꽁초를 버리면 화재 외에도 장마철 하수구 막힘으로 인한 하수 역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담배꽁초나 휴지 등 휴대하고 있는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면 과태료 5만 원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