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기자
아날로그 저장 매체의 상징인 플로피디스크가 전 세계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사실상 유일하게 사용해오던 일본 정부가 플로피디스크 사용을 요구하는 규제를 철폐하면서 일본에서도 더는 플로피디스크를 찾아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20일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최근 고노 다로 일본 디지털담당 장관은 정부의 행정 절차에서 플로피디스크 사용을 요구하는 규제를 이달 말까지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기존 플로피디스크 데이터를 제출하거나 보존하도록 명시한 1034건의 조항 중 환경부가 시행령 개정 절차를 밟고 있는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폐지됐다. 이달 말 이 1건이 폐지되면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해야 하는 절차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플로피디스크는 1990년대까지 PC 저장 장치로서 전성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작은 용량(1.44MB)을 보완하고 효율성을 키운 CD 등의 등장으로 점차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일본 저장매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06년 전 세계 플로피디스크 판매량은 7억개로, 최고 전성기였던 1998년 20억개에서 3분의 2가 줄었다.
삼성전기 등 플로피디스크를 생산하던 국내 기업들도 2000년대 이후 생산을 중단했고, 마지막 생산 업체였던 소니마저 2011년 3월 생산 라인 가동을 멈추면서 15년 가까이 신규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산이 이미 중단됐지만, 일본은 여전히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해 자료를 제출하거나 데이터를 저장해야 했다. 이로 인해 행정 처리를 위해 관공서에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기업들은 구하기도 어려운 플로피디스크를 찾느라 불편을 겪었다. 현재 플로피디스크를 구하려면 15년 전 생산된 재고를 구매하는 방법밖에 없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서류에 도장을 찍기 위해 출근해야 했던 일본의 아날로그 중심 문화는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플로피디스크 사용 요구를 비롯해 직원 의무 입주 등 아날로그 규제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법령으로 처리해야 할 규제와 고시에 근거한 규제를 모두 포함해 약 70%는 이미 검토가 끝났다고 전해진다.
고노 장관은 2022년 8월 취임 당시 종이, 팩스, 플로피디스크 등 오래된 저장 매체를 활용하는 구시대적 관행을 타파하고, 행정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플로피디스크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플로피디스크 퇴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