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전 소속사와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믿었던 회사와 대표가 오랜 시간 저를 속여왔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25일 연합뉴스는 전날 이승기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 심리로 열린 전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와의 민사소송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승기는 탄원서를 직접 낭독했다.
이승기와 전 소속사는 정산금을 둘러싼 갈등으로 2022년부터 재판 중이다. 이날은 후크 측이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의 2차 변론기일이었다. 이승기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고 저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후크엔터테인먼트의) 권진영 대표는 처음부터 제가 돈 문제를 언급하면 매우 화를 내면서 저를 돈만 밝히는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였다"며 "제가 미성년자이고 사회 경험이 없는 점을 악용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그것이 가스라이팅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승기는 권 대표가 자신에게 "길거리에서 아무나 데리고 와도 너보다는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자존감을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또 2021년경 음원료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을 때도 권 대표는 "네가 마이너스 가수인데 내가 어떻게 돈을 주겠냐"며 "너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안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승기는 고등학생이던 2004년 데뷔할 때부터 후크와 함께하다 정산금 문제로 18년 만인 2022년 결별했다. 이후 그는 1인 기획사에서 활동하다 올해 새 소속사인 빅플래닛메이드엔터를 만났다. 재판부는 후크 측에 이승기가 데뷔한 해인 2004년부터 그와 관련된 모든 정산 자료를 USB 메모리에 담아 이승기 측과 재판부에 각각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이씨의 새 소속사 빅플래닛메이드엔터는 "그동안 후크는 영업상 비밀 등의 사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해 왔는데 이날 재판부가 가리는 부분 없이 원자료를 제출토록 정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2014년 제정된 대중문화예술산업법에 따라 모든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별로 회계 장부를 따로 만들어야 했지만 후크는 이조차도 하지 않았음을 법정에서 인정했다"고 전했다. 빅플래닛메이드엔터는 "지난 20년간 후크 권진영 대표로부터 '마이너스 가수'라는 가스라이팅을 당해온 이승기와 같은 일을 후배들이 절대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싸움에 든든한 지원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 사건을 통해 저와 같이 어린 나이에 데뷔한 후배 연예인들이 비슷한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소송을 통해 받게 될 미정산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2022년 후크가 일방적으로 정산해 송금한 미정산금 50억원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며, 서울대어린이병원에 20억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대한적십자사, 카이스트 등에 거액을 기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