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초 교사 사망' 8명 모두 무혐의…'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나'

이영승 교사 사건, 학부모 무혐의 결론
"포렌식 진행했으나 범죄 혐의점 없어"
교육감 "매우 당혹", 교사단체 "재수사"

경기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고(故) 이영승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이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에게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육 당국과 교사단체들이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추모 화한이 놓인 초등학교.

22일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교육 현장에서 이 사건을 주목하는 선생님들을 생각할 때 경찰의 결정이 매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유가족의 향후 입장을 존중하면서 기관 차원의 추가적인 대응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법적으로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유가족의 이의 신청이 있어야 교육청은 법률 지원 등 조력이 가능하다”며 “교권 보호 대책이 교육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의견문에서 “안타까운 희생과 피해자는 있는데 단죄할 가해자가 없다는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학교 현장은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도 “경찰의 수사 결과와 불송치 결정을 규탄하고,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23일 전면 재수사를 요구하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앞서 지난해 9월 경기도교육청 조사 결과, 이영승 교사는 부임 첫해인 2016년 담임을 맡은 반의 6학년 학생이 수업 시간에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등을 다친 일로 학부모로부터 반복적인 연락을 받았다. 또, 2021년 한 학부모는 가정학습과 코로나19 증상에 따른 등교 중지, 질병 조퇴 등으로 인해 자녀가 장기 결석을 했는데도 지속해서 출석 처리를 요구하는 등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영승 교사가 이처럼 악성 민원을 겪다가 사망한 사실을 알고도 학교 측이 그의 사망을 단순 추락사로 보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후 경찰은 해당 학부모 3명을 강요 등의 혐의로, 학교 관계자 5명을 직무 유기 혐의로 각각 수사했으나 수사 8개월 만에 모두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자녀의 치료나 결석 문제 등으로 학부모들이 이 교사에게 지속해서 연락해 괴롭힘 등 업무방해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구속 요건을 충족할 만한 혐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고인과 학부모들의 휴대전화에 대해 포렌식도 진행했으나, 협박·강요 정황이나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슈&트렌드팀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