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이와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뜰 때마다 논쟁이 되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초코우유'로 불리는 초콜릿 맛 우유인데요. 일본에는 초콜릿 맛 우유가 없고, 한국에만 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관광 온 일본 관광객들이 이를 편의점에서 구매해 마시곤 한다는데요.
실제로 한국 아이돌 그룹 '빌리'에 소속된 츠키 등 일본 가수들이 일본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국 초콜릿 맛 우유에 빠졌다며 이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게스트들도 "확실히 일본에는 없는 맛"이라며 맛있다고 극찬했는데요.
왜 가까운 옆 나라인데도 불구, 한국에만 초코우유가 있을까요? 이를 두고 SNS에는 정말 다양한 분석들이 나왔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식약처 등을 통해 취재한 뒤 나름의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초콜릿 맛 유음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과 브랜드 모리나가, 부르봉에서도 코코아 밀크 캔 음료를 판매하고 있는데요. 다만 한국의 진한 초코우유 맛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하네요.
이에 한국이 진한 초콜릿 맛 우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까닭에 대해 X(옛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분석은 당류 함량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과당 기준이 느슨해 유음료에 액상과당을 많이 넣어 진하게 만들 수 있고, 일본은 한국보다 당류 기준이 엄격해 불가능하다는 것이 골자였죠.
일단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일본 후생노동성의 법안을 살펴봤는데요. 일단 우리나라 초콜릿 맛 우유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 가공유로 분류됩니다. 여기에는 당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습니다. 유가공품도 마찬가지죠.
마찬가지로 일본 후생노동성의 '우유 등 시행령의 규정'에서 초콜릿 맛 유가 속하는 유음료와 유가공품 기준을 살펴본 결과, 일본도 당류에 대한 기준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공 연유의 당분이 일정 기준을 넘어야 한다는 것 말고 당류에 대한 기준은 없었습니다.
제가 혹시 놓치진 않았을까 하고 식약처에도 질의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역시나 "후생성의 '우유 및 유제품의 성분 규격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가공우유 등에서 액상과당에 대한 기준과 규격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일본이 당류 기준이 엄격해 초콜릿 맛 우유를 못 만든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양국 모두 당류 기준은 규정해놓지 않고 있네요.
대신에 일본은 가공유나 유음료 상품명에는 'OO 우유(牛乳)'를 쓸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음용유 표시 등에 관한 공정경쟁규약' 개정안 때문입니다. 우유는 원유 100%를 의미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데요. 대신 '밀크'나 '유'라는 글자는 무지유고형분 8%. 유지방 함량 3% 이상인 경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2000년대 저지방 우유를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집단 식중독 사건 때문입니다. 상품명에 '저지방 우유'라고 쓰여 있어 소비자들은 구매했으나 알고 보니 이것은 탈지분유 등 가루 형태 우유를 물에 섞어 만든 환원유였고, 탈지분유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번식하면서 식중독을 일으킨거죠.
이 때문에 일본에서 커피 맛 우유는 '카페오레', '카페라테', '카푸치노'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바뀌게 됐고. 딸기 맛 우유는 '이치고(딸기) 밀크' 등으로 바뀌게 됩니다. 우유를 쓸 수 없어 대부분 영어로 우유를 뜻하는 밀크의 일본식 발음인 '미루쿠(ミルク·밀크)'로 대체하는 것이죠. 만약 한국과 비슷한 맛의 초콜릿 맛 우유가 출시돼도, 우유 대신 'OO 밀크'의 상품명을 갖게 되겠네요.
30년 전 일본에는 초콜릿 맛 우유가 있었습니다. 히마와리 유업이라는 회사에서 초콜릿 맛 우유를 판매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심지어 우유병 바닥에 초콜릿이 가라앉기 때문에 마시기 전에는 잘 흔들어 마셔야 할 정도로 진한 맛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릴 적 기억이 그리운 중장년들의 재판매 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요청에 힘입어 히마와리 유업은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물을 올리고 "단종된 지 30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초코우유에 대한 문의가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며 "생산이 중단된 것은 단순히 판매 수량이 생산량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잘 안 팔렸다는 것인데요.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초콜릿 맛 우유 자리에 커피 맛 우유가 있다. 유럽 등은 초콜릿 맛 우유를 많이 팔지만, 밀크커피라는 것은 없다. 의외의 식문화 차이"라며 "일본이 유럽에 비해 고온다습한 기후이기 때문에 커피가 더 상쾌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 SNS에서는 "롯데는 왜 한국에서만 초콜릿 맛 우유를 파느냐. 일본에도 팔아달라"는 호소문이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애초에 법인이 다르니 판매 상품이 똑같이 연동될 수 없는 구조죠. 이에 대해서도 업계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각각 법인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은 한국 시장, 일본은 일본 시장 소비자 선호도를 기준으로 판매할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한국에만 있거나 일본에만 있는 상품은 선호도에 따라 갈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일본 제과기업 글리코에서 판매하는 커피 맛 우유의 종류만 6개에 달하죠. 커피 맛이 진하지 않은 '마일드'부터 진한 버전까지 다양하고, 심지어 1ℓ짜리도 판매합니다. 커피 맛 우유 사랑이 대단하죠? 아마 초콜릿 맛 우유의 위치를 '카페오레'로 불리는 커피 맛 우유가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한류로 최근 우리나라 제품이 유행을 타고 있으니, 출시한다면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취재 결과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① 한국에만 초콜릿 맛 우유가 있는 이유로 꼽히는 '느슨한 액상과당 규제'는 사실이 아니다
② 일본에서는 원유 100%가 아니면 상품명에 '우유'를 붙일 수 없기 때문에 '초콜릿 맛 우유'라는 상품은 탄생할 수 없다
③ 진한 초콜릿 맛은 기대할 수 없으나 일본에도 우리나라 초콜릿 맛 우유와 비슷한 '코코아 밀크' 등의 상품이 있긴 하다
④ 대신 일본은 '카페오레'로 불리는 커피 맛 우유의 선호도가 높다. 양국 소비자 기호의 차이가 크다
여기저기 알아보느라 당이 떨어진 기분이 드네요. 초콜릿 맛 우유보다 더 달콤한 일요일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