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HD마린 상장에 일반주주 보호방안 없어'

이남우 회장 "당국, 일반주주 보호 대책 면밀히 검토해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5일 서울 여의도 Two IFC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장과 신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HD현대마린솔루션(HD마린) 상장 과정에 일반주주의 보호 방안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9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전날 포럼은 논평을 통해 "모자 동시상장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점에 대해 정몽준 지배주주와 이사회에 묻고 싶다"며 "이번 HD마린의 상장에서 모회사 HD현대의 60% 이상을 들고 있는 다수 주주들, 10% 이상 지분권자인 국민연금을 포함한 HD현대의 일반주주들은 과연 3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자회사 HD마린으로부터 어떤 이익을 받고 있는지, HD마린이 상장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아닌지의 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모회사 HD현대의 시가총액과 상장 예정인 HD마린에 기대되는 기업가치 규모를 비교하면 모회사 일반주주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큰 사업 부문이 새로 상장되는 것"이라며 "2020년 물적분할로 큰 이슈가 됐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데자뷔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논의가 있었고, 당국은 2022년 9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회사에 대한 상장심사를 강화했고, 한국거래소는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이나 교환 기회 부여 등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이 회장은 "안타깝게도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에 대해 '물적분할 후 5년 내 상장하는 자회사'라는 요건이 있어서 이번 HD마린 상장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상장을 추진하는 올해는 물적분할 후 7년이 된 해"라며 "그렇다면 물적분할 후 5년이 지나 상장하는 경우는 모회사 일반주주의 보호 필요성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회사 HD현대 일반주주는 2021년 회사가 100% 자회사인 HD마린의 지분을 KKR에게 매각하기 전까지는 HD마린의 가치가 모회사 HD현대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2021년 지분 매각으로 갑자기 상장 가능성이 생겼고 그때부터 소위 '모회사 디스카운트'에 본격적으로 노출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HD현대의 주가는 매각 시점인 2021년 6월 이후 코스피 지수 대비 크게 하락했다.

이 회장은 "회사의 이사회에 일반주주를 보호해야 할 충실의무와 같은 일반적 의무가 있다면 '물적분할 후 5년'과 같이 세세한 기준을 하나하나 만들거나 검토할 필요성이 크게 적어진다"며 "상장과 같은 이벤트가 발생할 때 일반주주가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 적절한 보상 수준과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와 치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장회사에 대한 자금조달에 기여하는 모든 투자자가 보호받지 못한다면 자본시장의 선순환과 한국 경제의 성장은 어렵다"고 제언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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