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인은 모르는 'K뷰티' 맛집?…명동 대신 뜨는 동대문

신당동 패션 거리 화장품 매장에
늦은 저녁까지 일본인 관광객 발길
SNS 입소문…저렴한 가격 인기
"한국인 왜 없나요" 궁금해하기도

따옴표"요즘은 명동보다 동대문이 인기에요. 한국 가면 무조건 여기 먼저 가보라 하던데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패션 거리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시라이시 미라이씨(23)가 화장품이 한가득 담긴 쇼핑백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2박3일 일정으로 한국 여행을 온 시라이시씨는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그가 내보인 스마트폰 화면에는 '24시간 쇼핑 천국 동대문'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캡처돼 있었다.

이날 동대문역과 신당역 사이에 위치한 신당동 패션 거리는 오후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도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도롯가에 승합차 한 대가 멈춰서자 중국인과 일본인들 관광객이 쏟아져 나왔다. 주변을 두리번대던 이들은 일제히 화장품 매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10여분 뒤 이들은 양손 가득 화장품과 허니버터 맛의 아몬드 간식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매장을 나섰다.

16일 오후 9시 서울 중구 신당동 패션거리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사진=심성아 기자]

최근 신당동 패션 거리에 저가의 화장품 매장들이 들어서면서 동대문 일대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명동에 버금가는 화장품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곳 매장들이 드러그스토어보다 싼값에 화장품을 판매한다며 SNS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구글 검색어 트렌드에서도 동대문의 인기는 여실히 드러난다. 2022년부터 지난 2년간 일본 구글에서 '동대문'은 가장 많이 검색된 한국 관광지 순위 4위에 올랐다. 일본인들이 웹사이트에서 동대문을 검색한 횟수도 2년 전과 비교해 1100% 증가했다.

틱톡과 유튜브, 엑스(구 트위터) 등에는 한국 방문 시 이 일대에서 가장 물건을 싸게 팔기로 유명한 A 매장을 들러보라는 영상과 글이 다수 게재됐다. 틱톡의 경우 지난해 중순부터 6개월 사이 A 매장에 대한 숏폼 콘텐츠가 50여개 올라왔다. 콘텐츠에는 게시글 추천을 뜻하는 '하트' 4000여개가 찍혔다.

틱톡과 유튜브에 신당동 패션거리 내의 화장품 가게에 대한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사진=유튜브, 틱톡 화면 캡처]

실제 이날 방문한 A 매장은 드러그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제품과 쉽게 발견하지 못했던 다양한 브랜드사의 화장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올리브영과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4만9900원과 1만9200원에 판매하고 있는 R사의 앰풀과 D사의 섀도를 이곳에서는 각각 2만8900원, 1만4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커피믹스와 간식류까지 매대에 진열돼 있어 저가의 드러그스토어 같은 모양새를 띄었다.

이 같은 형태의 저가 매장들은 짧은 간격을 두고 대여섯 곳이 군집해 신당동 패션 거리 내에 일종의 작은 쇼핑타운을 이뤘다. 매장 인근에는 소규모 환전소까지 있어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환전을 하고 다시 매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16일 신당동 패션거리 내의 환전소에서 관광객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사진=이지은 기자]

매장에서 만난 나고야 출신 일본인 관광객 타카하시 타츠오씨(51)는 "이 매장의 매력은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는 것"이라며 "유튜브를 보니 동대문 근처에 호텔을 잡은 뒤에 저가 화장품 매장을 방문하는 코스를 추천하길래 똑같이 따라와 봤다. 요즘 뜨고 있는 관광 코스"라고 말했다.

일반 드러그스토어보다 가격이 저렴한데도 한국인들이 매장을 찾지 않는 점에 대해 궁금해하는 관광객들도 있었다. 이날 2시간 동안 매장 근처를 둘러봤으나 한국인 고객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일본 구글에서도 일본어로 동대문과 이 일대 매장 이름을 검색할 경우 '동대문 화장품 매장에 한국인이 없는 이유' 등이 연관검색어로 떴다.

16일 신당동 패션거리에서 만난 한 일본인 관광객이 인기 관광지가 적힌 관광지도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이지은 기자]

치바현에서 친구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는 관광객 미네기시씨(46)는 "일본에서는 이 거리가 정말 유명한데 왜 한국인은 한명도 없는지 모르겠다"며 "값도 적당하고 물건도 많아서 쇼핑하는 재미가 있지만, 한국인 손님이 한명도 없다"고 의문을 표했다.

신당동 패션 거리의 한 매장 관계자는 "(매장이) 도매로 물건을 대량으로 떼오기 때문에 싼값에 화장품을 팔 수 있는 것"이라며 "그간 외국인 대상으로만 영업했고 한국인들에게는 화장품을 팔지 않았기에 내국인들에게 가게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부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사회부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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