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수기자
한화그룹 중간 사업 지주사인 한화임팩트가 실적 부진 속에 대규모 차입금 만기가 계속 돌아오면서 여러 자금 조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용 구매전용카드로 운영자금 1095억원을 빌려 구매처에 지급했다. 연내 5000억원 내외의 차입금 만기에 대응해야 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임팩트는 최근 DB금융투자를 주관사로 1095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기업구매전용 카드로 결제했다. 결제와 동시에 신용카드사인 현대카드는 한화임팩트에서 받을 카드 대금을 기초자산(일종의 담보)으로 같은 규모의 유동화사채(ABSTB)를 발행했다. 3개월 후인 오는 7월에 한화임팩트가 차입금을 특수목적법인(SPC)에 갚으면 이 자금을 ABSTB 투자자에게 만기 상환한다.
기업구매전용카드는 구매 기업이 납품 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 그 명세를 카드사로 보내면 카드사가 납품 기업에 구매 대금을 지급하는 결제 약정 시스템을 말한다. 한화 임팩트는 이 거래로 1095억원 규모의 구매대금 지급을 3개월 뒤로 미룰 수 있게 됐다. 만기에 한화 임팩트가 카드사에 요청하면 결제일을 추가로 미룰 수 있다. 단 연장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한화임팩트가 구매카드로 당장의 현금 유동성 부담을 던 이유는 재무 상황과 연관이 깊다. 한화임팩트는 지난해 말 개별 재무제표 기준 6444억원의 차입금을 갖고 있다. 이 중 연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이 4620억원 규모로 단기 차입금 상환 부담이 높은 편이다.
연간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으로 만기 차입금 대응이 사실상 어렵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22년 3000억원대에서 지난해 2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종속회사인 한화토탈의 실적 부진으로 연결 기준 EBITDA도 연간 200억원 규모로 대폭 감소했다. 차입금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는 셈이다.
자회사인 한화토탈의 실적 부진이 한화임팩트의 재무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토탈은 한화임팩트 계열 합산 매출액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석유화학 제품 스프레드 하락과 태양광 부문 실적 부진으로 매출이 줄고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실적 부진 등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신용등급(AA)에 ‘부정적’ 전망 딱지를 달았다. 추가로 저하되면 신용등급이 AA-로 떨어진다.
한화임팩트는 석유화학 플랜트 유지 보수를 위한 투자가 늘면서 자금 부담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자기자본 투자(CAPEX)는 2022년 219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누적으로 3713억원을 지출했다. CAPEX가 약 2배 가까이 늘어났다.
2022년 한화파워시스템 지분 인수에 2100억원을 투입했고, 바이오 회사인 이나리 애그리컬쳐(Inari Agriculture) 지분 인수에도 327억원가량을 넣었다. 지난해에는 HSD엔진과 한화오션 지분 인수에 각각 2269억원과 4000억원을 부담했다.
핵심 자회사인 한화토탈의 재무안정성 저하에는 높은 배당성향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화토탈의 배당성향은 2021년부터 100%로 올랐다. 배당성향은 배당 재원이 되는 순이익에서 총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순이익의 전부를 한화토탈에 배당으로 지급하는 셈이다. 단, 한화토탈 입장에서는 배당 수입이 발생하는 것으로 한화토탈의 고배당이 한화임팩트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IB업계 관계자는 "구매전용카드를 활용한 자금 조달도 대금 지급을 3개월 정도 미뤄놓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한화임팩트는 연내 차입금 만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차입금 상환이나 차환을 위한 유동성을 계속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