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8% 오른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향해 간다

중동·러 지정학적 우려+멕시코 수출 감축
글로벌 공급 쇼크에 인플레 자극 우려 확산
JP모건 "8~9월 배럴당 100달러 돌파"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를 뚫은 데 이어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중동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멕시코까지 원유 수출을 줄이면서 글로벌 공급 충격 우려가 덮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7일(현지시간)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따르면 글로벌 원유 가격의 벤치마크인 북해 브렌트유 6월물은 지난 5일 유럽 ICE 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91.17달러까지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상승 폭만 18%에 달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도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86.91달러까지 올라 연초 이후 21% 급등했다.

국제유가가 올해 들어 20%가량 치솟은 배경에는 공급 우려가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주 지역 주요 원유 공급국인 멕시코는 지난달 원유 수출량을 35% 감축해 2019년 이후 수출량이 최저치를 나타냈다. 멕시코 정부가 값비싼 연료 수입을 중단키로 하면서 자국 내 공급을 늘린 여파다. 미국에 원유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멕시코의 수출 감축 조치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의 국내 석유 소비 증가 및 수출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긴장도 유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지난 1일에는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을 공습했고, 2일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홍해 선박 공격으로 원유 선적이 지연되고, 러시아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원유 수출 제재 지속도 유가를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 추가 연장으로 공급 충격 우려가 완화되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경제 회복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석유 재고도 줄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글로벌 석유 재고가 올해 1분기 하루 20만배럴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는 하루 90만배럴씩 줄어들 것으로 본다. 석유 재고가 줄어든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2년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재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 체이스는 오는 8~9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봤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년 3월 127달러까지 올랐다가 몇 달 후 10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브렌트유와 WTI의 올해 평균 가격을 각각 86달러, 81달러로 제시하면서 올여름 유가가 모두 배럴당 95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을 했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래피던 에너지 그룹의 밥 맥널리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 100달러는 전적으로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질적인 지정학적 위험에 조금 더 많은 위험 가격을 책정하면 된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뛰면서 최근 둔화되고 있는 미국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이미 지난 한 달 동안 6%나 상승했다. 유가 상승으로 블룸버그의 주요 원자재 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물가 상승률이 반등하면 연내 금리 인하를 예고한 Fed의 피벗(pivot·방향 전환) 시점이 더욱 늦어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가는 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잠재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며 "Fed의 금리 인하 착수 시점에 대해서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부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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