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말고 100% 배상하라” 또 거리로 나선 홍콩ELS 피해자

가입자들 “전액 배상 아닌 자율조정안은 거부”
영정사진 밟고 예금 옮기는 ‘뱅크런’
양정숙 의원 “금융당국이 발표한 배상안 턱없이 부족” 주장

KB국민은행이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기로 한 가운데 홍콩ELS 상품 가입자들이 KB국민은행 사옥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전액 배상이 아닌 자율조정안은 거부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가입자들은 항의성 조치로 ‘뱅크런’에 나서기도 했다.

29일 정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대국민 금융사기 계약 원천 무효’ 집회에서 길성주 홍콩 ELS 피해자 모임 위원장은 “굉장히 불만족스러운 배상안”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은행이 책임을 50% 이상 지지 않게끔 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왼쪽)이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기준안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진=전영주 기자ange@

지난 18일 기자회견에 이어 이날 집회에 참석한 양정숙 의원(개혁신당)도 “금융당국이 발표한 배상안은 여러분들의 피해를 보상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동감했다. 또 “이번 배상안은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 배상안보다도 더 후퇴했다”며 “4·10 총선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에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은행장들을 부르는 등 위원회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피해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가입자들도 100% 원금 배상을 외쳤다. 주택은행 시절부터 40년간 국민은행과 거래했다는 A씨는 “중증 치매와 뇌졸중, 대장암을 앓고 있는 노모의 병원비와 간병료로 쓸 돈이니 안전한 상품으로 관리해서 원금을 지켜달라고 입이 닳도록 부탁했지만 은행원에게는 그저 다루기 쉬운 ‘금융 호구’로만 보였나 보다”라고 한탄했다.

A씨는 이어 “남의 돈 가져가서 손실 내고 배상금마저 거지 동냥 주듯 생색내는 이런 철면피들이 세상천지 어디 있냐”며 “국민은행을 비롯한 5대 은행은 꼼수 부리지 말고 일괄 배상, 전액 배상해야 한다”고 울부짖었다. 연달아 마이크를 잡은 B씨는 “100% 원금 전액을 배상하고 사죄하는 것만이 오랜 기간 은행을 믿고 거래해 온 고객의 신뢰와 믿음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들이 KB국민은행 종이통장을 들고 영업점 내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전영주 기자ange@

이날 집회에선 항의성 행동인 ‘뱅크런’도 있었다. 국민은행에 맡겨둔 예금을 뽑아 타행으로 옮기는 행위다. ‘KB국민은행 대한민국 사기은행’이라고 적힌 영정사진 형식의 사진이 영업점 앞까지 깔려 있어 가입자들은 해당 사진을 밟고 이동했다. 입구에서 차례로 국민은행 종이통장을 찢어 투명한 비닐에 버린 뒤 입장하고 번호표를 뽑았다. 내부에서 대기중인 피해자들은 “우선 300만원 정도 뽑겠다”, “3억원 뽑고 해지할 것”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주최 측에 따르면 뱅크런 현장에는 100여명이 참여했다. 같은 시간 집회 현장에 남은 가입자들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예치금을 타행으로 이체했다.

경제금융부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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